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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의 명랑한 경제]5월 도쿄, 민박집이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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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상반기엔 1월과 5월에 딱 한 번씩만 있는 것. 하반기엔 7, 8, 10, 12월에 있기는 있는데,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그것은?

바로 연휴다.

올해는 참 노는 날이 적다. 지난 연말, 새 달력 나오자 마자 셈해본 연휴는 딱 6번. 1월 설 연휴는 지나갔고 2, 3, 4월은 없음. 5월 초 황금연휴를 빼면 6월은 현충일이 토요일, 8월엔 광복절이 토요일이다. 10월 추석도 역시 토요일, 심지어 개천절과 겹친다. 그러고 나면 12월에 크리스마스. 올해 연휴 달력은 그걸로 끝이다. 정말 알뜰하게 일해야 하는 한 해다. 경제위기를 미리 알고 짜놓은 '새마을 달력' 같다.

그래서일까.

5월 초 최대 5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일명 '골든위크'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한껏 들떠 있다. 경제위기에 눌려 열심히 일하고도 수당, 월급은 되려 깎이는 요즘이다. 월급쟁이들에게 연봉 늘고, 승진하는 재미를 기대하지 말라는 시절이니 달력에 동그라미쳐 가며 연휴 좀 기다린다 해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많이들 참았다. 고환율에 고유가다, 미국발 금융위기다 해서 안팎으로 쪼들려 지낸지 벌써 일 년이다. 환란 때처럼 대기업이 퍽퍽 나가떨어지거나 가장들이 줄줄이 실직하는 건 아닌데 야금야금 경제활력이 쇠진해간다. 경제위기가 어느 집에는 강펀치로, 누구에겐 스치는 바람 정도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가오는 골든위크는 그런 '댁내 사정'이 극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사회 분위기상 꽤 오래 해외여행을 자제했던, 현존하는 위험과는 거리가 먼 이들은 벌써 여행가방을 꾸리고 있다.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비행거리 3시간 안팎의 중단거리 여행지로 떠나려는 이들이다.

인기있는 여행지는 일본, 홍콩 등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나 동남아 휴양지들. 골든위크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노선 항공편 예약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방콕, 세부, 발리 등 인기 휴양지 항공편은 이미 98% 예약이 끝났고, 항공사들은 정기편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부정기편을 늘려 놓은 상태다.

이처럼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난 이유는 오랜 인내의 바닥, 그리고 심리적 환율부담 경감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지금도 상당히 올라 있지만, 3월 3일 1620.76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이 20일에는 284.11월 떨어진 1336.65원까지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245.5원 떨어졌다.

환율 하향안정세는 여행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던다. 며칠 새 환율이 몇 백원씩 오르내리면 섵불리 여행 계획을 잡지 못한다. 언제 떠나야 손해를 덜 볼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높더라도 추세를 유지하면 적어도 환차손 걱정 때문에 계획을 미루지는 않게 된다.

단, 지갑 열고닫는 기준은 더 확실해졌다. 명품을 선호하고 해외여행을 즐기면서도 표나지 않는 소비엔 짠돌이가 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골든위크 기간 도쿄의 민박집 방이 동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도쿄에서 민박집을 이용할 경우 1인당 4박 기준 약 12만원이면 숙박비가 해결된다. 인터넷 이용과 한국으로 거는 국제전화는 무료. 간단한 아침밥도 공짜다. 2인실 기준 1급 호텔 나흘치 숙박비가 약 90만원, 도심 모텔 숙박비가 약 45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숙박비를 아껴 젊은 여행객들은 쇼핑을 하고, 맛 집을 찾아 다닌다.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는 민박집 필하우스는(www.feelhouse.jp) 5월 첫 주 이미 공실률 제로. 1, 2인실을 포함해 다인실까지 모든 방이 예약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필하우스 측은 "5월 초 황금연휴에 묵을 손님들이 이미 3월 말, 4월 초에 예약을 끝냈다"고 했다. "엔화 환율이 좀 떨어지면서 작년보다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민박집 타비토(www.tabito.co.kr)에서도 황금연휴에 묵을 방은 찾기 어렵다. 타비토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많이 올라 평일 예약은 다소 줄었지만, 5월 초 연휴 기간에는 예년만큼 예약률이 높다"고 했다.

누구에겐 호주머니 사정부터 걱정되는 연휴가 다른 이에겐 선물같은 휴가라니. 비관하자면 참 싸늘한 세상이다. 그러나 안토니오 그람시가 그러지 않던가.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고.

4월 들어 경제수장은 "경제지표 몇 개 호전된 것 가지고 섵불리 낙관말라"며 침을 튀기고 있지만, 수렁같은 절망보단 실낱같은 희망을 택하겠다.

무턱대고 믿어보자. 그래도 내년 연휴엔 살 일 아닌 놀 일 걱정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TV만 켜면 통신회사도 보험회사도 다들 그러지 않던가. '생각대로!' '문제없어~ 문제없어, 문제없어~ 문제없어' .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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