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고서에서 "재판매(MVNO) 이용대가 및 조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ETRI가 정부가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다른 입장을 자료를 내면서, 국회 의원들의 재판매(MVNO) 도매대가 사전규제 지지 발언과 맞물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 온세통신 등 재판매 준비 사업자들은 "도매대가를 사전 규제해야 과도하지 않은 망이용대가로 사업이 가능하다"며 찬성인 반면, KT나 SK텔레콤 등 망사업자들은 재판매 업체 난립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9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ETRI 김병운 사업전략팀장 등은 이달 발간한 'OECD주요국의 도매제공 조건·절차·방법 관련 사례' 보고서(전자통신동향분석 제24권 제2호)에서 "OECD 국가들은 도매제공 도입으로 고용증대와 요금인하를 이뤘다"며 "도매요금 규제를 하는 노르딕 국가들은 OECD 전체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이동전화 요금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요금인하, 부가가치 창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MVNO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효과적인 재판매 규제로 미국은 5년 동안 61%, 영국은 3년동안 45%, 덴마크는 4년동안 50%의 요금인하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일자리도 증가해 미국은 5년간 41%, 호주는 5년간 110%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KT나 SK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재판매 여부나 판매조건을 기간통신사 약관에 따른 당사자간 합의에 맡기지만, 도매서비스제공의무 근거조항 신설이나 별정사업자용 별도 이용약관 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ETRI는 "전기통신사업법 29조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별도 고시를 마련해 이용약관에 반영후 인가받는 등 무선재판매 이용대가 및 조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찬성했다.
이같은 ETRI의 주장은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아니라 도매제공시 차별·거부·협정 불이행 및 부당한 대가 산정 등을 금지행위로 정해 사후규제하려는 정부 법안과 다르다.
정부는 도매대가 기준을 사전에 일률적으로 정해 고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봤지만, ETRI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에 찬성한 것이다.
ETRI는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홍콩, 호주 등은 모든 망 사업자(MNO)에 도매제공 의무를 주고 있으며,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일본, 홍콩 등은 망이용지불방식을 원가기반으로 의무화하고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은 소매가할인으로 요금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보고서 발간 시점이 이번 달이어서 의아했다"면서 정부 정책과 다른 점을 인정했다.
◆문방위원들도 '관심'... 정부, 법 개정도 '시사'
문제의 ETRI 보고서는 지난 17일 국회 문방위 소관법률 대체토론에서도 언급됐다.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ETRI에서 2009년 4월 발간된 보고서의 결론에서 무선재판매 이용대가 및 조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뭐냐"면서 "(규제하지 않으면) 망 보유사업자들이 시장 지배력을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제도 도입의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승규 의원(한나라당)도 "도매제공을 사후규제로 할 경우 통신요금 인하라는 당초 목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단 (도매대가를 사전규제하지 않는) 정부안으로 밀고 있지만, 문방위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제고하고 다시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한 대체 토론이 본격화되면, MVNO 도매대가 사전 규제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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