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동망사업자(MVNO :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진입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방석호, 이하 KISDI)이 "자율협상에 의한 MVNO 진입 보장이 안 될 경우 적정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핫 이슈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방향에 조응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재판매 협상에 있어 방통위가 사후적으로 강하게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 등 이동전화 재판매 준비 업체들은 도매대가 사전규제없이는 이동전화 MVNO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문방위 논의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공정경쟁정책연구실 강인규 주임연구원과 방송통신정책연구실 오기석 주임연구원은 24일 KISDI「방송통신정책」(제21권 3호) 발간 '해외 MVNO 규제 도입 논의 및 시사점: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우리나라의 재판매 제도 논의는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며, 사후적으로라도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란 무선주파수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선주파수 사용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등 이동망사업자(MNO : Mobile Network Operator)의 망을 임차해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99년 영국에서 최초의 MVNO인 버진 모바일 UK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시장진입이 본격화돼 2006년 6월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약 200여 개의 사업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개 업체가 상업적 협정을 통해 KTF와 LG텔레콤의 망에서 무선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2007년 말 가입자는 KT-PCS를 제외하면 약 44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에 불과하며, SK텔레콤은 아직까지 재판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따라 재판매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판매 사업자가 기존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대가의 경우 시장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의무적으로 도매제공을 해 줘야 하는 사업자와 서비스를 지정하고 90일 이내 기존사업자와 재판매사업자가 협정을 체결하도록 기존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도매제공 시 차별·거부·협정 불이행 등을 사후적으로 규제할 계획이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MVNO 규제도입 논의 당시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의 시장상황이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시장구조 측면에서 MNO 3사에 의한 경쟁체제로 선후발 사업자간 점유율 격차가 상당한 기간 동안 유지되는 등 경쟁양상이 고착화되는 추세를 보였고,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는 MVNO 사업자의 진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요금경쟁이나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과가 상당히 미흡해 신규 진입을 통한 경쟁활성화를 위해 MVNO 규제를 도입하고자 했다.
보고서는 이와함께 규제도입을 검토한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가운데 실제로는 스페인에서만 MVNO 접속제공 의무화가 제도화됐고, 제도화되지는 않았으나 프랑스에서는 규제 검토를 통해 실질적으로 MNO의 자발적인 접속제공을 유도한 측면을 감안하면 아일랜드만이 유일하게 개입하지 않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규제도입을 유보한 아일랜드에서는 여전히 경쟁상황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우 MVNO가 시장에 진입한 초기임에도 시장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인규, 오기석 주임연구원은 "주파수 제약에 따른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사업자간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 MVNO 진입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분석을 통한 규제기관의 개입이 경쟁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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