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있었던 이른바 '황우석 쇼크' 이후 전국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황우석 교수와 함께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논문은 조작됐으며 현재 존재가 확인된 줄기세포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황 교수에게 속았다는 말도 했다.
황 교수는 이에 즉각 반박, 8개의 줄기세포로 논문을 썼으며 3개는 나중에 추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줄기세포 상당수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나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시간을 주면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황우석 교수팀과 연구 활동을 하던 김선종 연구원은 당초 "줄기세포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가 최근 "8개의 줄기세포를 봤다" 말을 뒤집었다.

서울대 조사위가 이들을 포함한 이번 논란의 관련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펴고 있으니 조만간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는 황우석 사태의 진실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정확히 말하면 연구의 진위와는 별개의 문제였던 난자 제공의 윤리성 문제가 불거질 때만 해도 이런 급격한 사태 전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는 "황우석 교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며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을 짓밟는 폭력"이라는 고압적 언사들이 먹히던 때였기 때문이다. 난자를 기증하겠다며 연구실로 달려간 수많은 여성들은 그의 연구실 앞에 진달래 꽃길을 만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논문이 사실상 철회된 이후 이 같은 열렬한 지지 양상들은 잦아들고 있지만 이번 논란은 한국 사회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취했던 오류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황 교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일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은 "줄기세포 연구를 검증하는 것은 황 교수와 사이언스지 양자 간 문제"라며 "이 분야 전문가들이 검증한 내용을 제3자가 재검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서울대 학장회의에서도 검증은 과학계에 맡기자는 입장이 정리됐다.
이 같은 사실들은 그동안 과학계와 정부를 지배하던 "비전문가들이 무슨 자격으로 과학적 성과를 검증하느냐"는 관념이 얼마나 큰 오류를 지니고 있었는지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됐다. 과학계와 정부가 주장하던 전문가들에 의한 검증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결과적으로 사실의 은폐라는 결과를 불러 왔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번 논란에서 정부가 보였던 태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황우석 교수로부터 줄기세포의 훼손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고도 그동안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작업을 우선 진행해야겠지만 이 같은 중요한 정보가 정부와 황우석 교수팀 주변에서 폐쇄적으로 유통됐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연구 중심 국가라는 성과주의와 이를 위한 '황우석 영웅 만들기'에 집착한 나머지 연구 과정 상의 문제들에 정부와 황우석 교수팀이 동시에 눈을 감아 버렸다는 느낌마저 드는 대목이다.
과학은 과학자와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것만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일류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는 국민의 세금을 기초로 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데다 기존에 갖춰져 있는 공공재 성격의 인적·물적 인프라들이 적극 이용된다.
다시 말해 '천재 과학자'의 외로운 고뇌를 통해 연구 성과가 만들어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과학자와 정부 모두 과학에 있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건전한 참여를 제도화하는 '개방적 과학기술 발전 방법론'의 마련이 요구된다. 지역 주민 등을 과학 발전의 주체로 인정하는 유럽식 기술영향평가와 같은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외부 견제장치 없이 운영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는 것은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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