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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벤처캐피털 사들인다...투자환경 개선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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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벤처캐피털들이 거꾸로 일반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들은 코스닥 활성화등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 벤처캐피털 인수를 통해 투자사업에 나서보려는 계산이다.

또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부실을 안고 있던 창투사들이 '새 주인'을 만나 조직을 정비하는 등 '질적 구조조정'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14일 신기술금융사업자 및 창업투자사 등 업계에 따르면 중·소규모 벤처캐피털들이 자진 폐업을 하거나 동종업체 간 인수합병(M&A)을 하기보다, 우량기업에 인수됨으로써 재기를 노리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이 추진되고 올 들어서는 벤처캐피털의 '젖줄' 역할을 하는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일반 대기업 및 역량있는 중소기업이 벤처 투자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모회사를 만나 과거 부실조합들을 털어내고 새 모습을 단장하려는 벤처캐피털들이 늘고 있는 것.

◆제이스테판앤컴퍼니, 신보창투등 속속 '새주인' 만나

제이스테판앤컴퍼니벤처스는 최근 바이오 업체 넥솔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와 함께 회사명도 넥솔창투로 바꾸고 회사를 넥솔이 위치한 인천으로 옮겼다.

회사 측은 설립 초기부터 한미합작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에 공동 투자를 진행해온 넥솔의 지원을 바탕으로 바이오 분야 투자에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품·소재 전문기업 일진은 조만간 신기술금융사업자인 아이텍인베스트먼트와 기업 파이낸싱 업무를 진행해온 일진기술금융을 합병키로 했다. 이와 함께 송용상 전 한국기술금융 사장을 합병회사의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일진은 그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두 금융회사를 결합시킴으로써 시너지를 모색해, 내년부터 유망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신보창투가 개인자산운용사 어셋얼터너티브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신보창투는 최근 3년간 2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어셋얼터너티브가 금융기관 차입금 등 부실요인들을 인수함으로써 새롭게 나래를 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지난 9월 기술보증기금의 국정감사에서 기보 측은 신기술금융사업자 기보캐피탈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민영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타사에 인수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명변경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나서는 창투사들도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 한솔창투는 지난 8월 HS창투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신규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적화의를 종결하고 기업재건에 나서고 있는 무한투자도 회사가 완전 정상화될 무렵 이름을 변경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질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VC 업계 '훈풍' 다시 분다

이처럼 일반기업들이 중·소 벤처캐피털 인수에 활발히 나서는 것은 그만큼 벤처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지난 2000년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일부 부도덕한 경영진의 비리가 터진 것은 물론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가 새롭게 벤처활성화의 기치를 내건 것을 비롯해 코스닥지수가 상향곡선을 그려 나가면서 벤처캐피털들의 실적도 대폭 개선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를 비롯해 상장회사 중심의 상위권 벤처캐피털들은 일제히 흑자전환을 달성하며 지난해 대비 성적이 크게 나아지는 모습이다.

내년도에는 정부가 모태펀드 재원을 올 해보다 300억원 가량 늘려 2천억원 규모로 벤처캐피털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대규모로 벤처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국책금융기관을 벤처캐피털 출자자로 유치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처캐피털 업계의 신규투자 재원이 부족할 것이라 우려했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아울러 창투사 경영참여 및 사모투자펀드(PEF) 허용, 벤처기업 M&A 활성화 등 법·제도적인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벤처 쇠퇴기의 '풍랑'을 겪어오면서 각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원숙미가 더해지고 있다.

이처럼 벤처캐피털 업계에 '훈풍'이 불어오면서 외부 우량기업의 관심은 더욱 고조될 전망.

한국벤처캐피털협회의 김형수 이사는 "업계 외부에서 벤처투자에 의욕을 보이며 중·소 창투사 인수에 열의를 보임으로써 벤처캐피털 업계가 '질적 구조조정'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와 함께 업체 간 치열한 생존경쟁을 바탕으로 현재 100곳을 넘어서는 업체들이 우량회사 위주로 재편돼, 내년부터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는 한층 성숙되고 선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예견된 '양적 구조조정'은 미진

올 해와 내년 만기에 이르는 창업투자사의 투자조합은 전체 규모가 무려 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조합은 대부분 벤처 쇠퇴기를 겪으면서 손실이 누적돼 있는 상태.

게다가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벤처투자 등 주요 기관출자자들이 몇몇 상위권 창투사에 자금을 배정하면서 중·소 벤처캐피털은 신규자금의 확보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은 최근 창투사 공시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업체 평가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부실기업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그간 벤처캐피털 업계 내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제기돼 왔다. 실제 올 들어 아이엔지기술투자, 이벤처캐피털, 코리아21벤처캐피털 등 3개 창투사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매년 평균 11곳의 창투사가 라이선스를 반납한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벤처캐피털 업계 양적 구조조정설은 현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대신 하반기 들어 '새 주인'을 만나는 창투사들이 늘면서 업계 내 질적인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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