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구글, 메타 등 대형 플랫폼(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제정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중국 기업만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 추진 중인데 EU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1일 서울시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에서 카티 수오미넨(Kati Suominen)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연구원은 "(EU의 DMA가) 미국 기술 기업에는 차별적인 영향을 주고 중국 기업을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이 규제로 특정 기업에 차별을 조장할 수 있고 공정한 경쟁 구도가 아닌, 불공정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형 플랫폼(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DMA는 올해 3월부터 EU 전역에서 시행됐다. 일정 규모의 대형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문지기)로 규정해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게이트키퍼'로 규정돼 있으며 법 위반 시 전 세계(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그는 "기존에도 이들 기업이 보통 전 세계 매출의 약 1%를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에 썼는데 미래에 부과 받을 수 있는 과징금 등을 고려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게 됐다"며 "EU 자국 기업도 저품질 서비스를 높은 비용에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두나 온라인 쇼핑 기업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법을 제정한 취지와 달리 EU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그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미국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EU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분은 410억 유로(약 60조원)에서 710억 유로(약 10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비용 증가는 기술 기업의 고용 창출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비용 부담 증가를 결국 EU 자국 소비자가 떠맡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트레버 웨그너(Trevor Wagener) CCIA 연구센터 소장은 DMA와 비슷한 규제가 한국에서 시행되면 경제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 전체 상품 수출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이 약 29%를 차지하지만 EU는 전체 상품 수출에서 ICT 상품 비중이 약 5%"라고 했다.
그러면서 "DMA에 기반한 정책을 (한국에서)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 둔화에 EU보다 약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말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등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 경쟁력 저해 우려와 통상 마찰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정위는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에 대해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플랫폼 규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발의된 법안 중에서는 적용 대상 기업의 매출 규모를 규정한 점 등이 EU의 DMA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나단 맥헤일(Jonathan McHale)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부사장은 "EU의 DMA는 자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경쟁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제였으나 한국은 이미 디지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유사한 규제 적용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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