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쿠팡이 발주한 물품을 배송하던 60대 노동자 A씨가 사망한 후 쿠팡과 노조가 '과로사' 여부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노조 측은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고, 쿠팡 측은 과로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노조가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지난 13일 새벽에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3일에도 A씨가 숨진지 10시간 만에 "과로사로 추정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3일 만에 또다시 A씨가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13일 오전 4시쯤 택배기사 A씨는 경기 군포시의 한 배송지에서 숨졌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 부검이 진행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의 심장은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심장의 크기는 300g인데, 숨진 A씨의 심장은 800g가량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부검결과 A씨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었고 혈관이 전반적으로 막혀 있었다"며 "사망 원인을 질환으로 보고 내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CLS와 위탁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으로 약 1년간 일해왔으며, 독립적으로 업무시간과 양을 정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A씨가 숨진 이유는 전형적인 과로사이자 뇌심혈관 질환 증상"이라며 "부검 결과 과로사에 대한 추정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택배노조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호소, 심장 비대로 인한 국과수의 1차 부검 소견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악의적 비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에 따르면 A씨는 주 평균 52시간 일했고, 평균 배송 물량 또한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
의학계 일각에서도 "심장비대증으로 심장이 2배 이상 커지려면 유전적 요인과 기저질환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현재 단계에서 단순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는 노조 주장과 배치되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A대 심장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심장비대 환자는 심장이 10~15% 정도 커져있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심장이 정상 수준의 2배 이상인 800g라는 점에서 단순히 고혈압을 넘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아울러 심근경색을 앓아왔다는 것은 오랜 기간 심부전 기저질환의 영향으로 심장비대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조가 연일 고인의 죽음에 대해 과로사라고 주장하자 A씨 유족은 지난 15일 전문배송업체 B물산에 "노조와 정치권은 고인 죽음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A씨 아들은 "아버님은 어머님과 자녀에게 성실한 가장이셨다"며 "아버님의 장례 중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정치권이 함부로 말하고 언론에 유포되는 것은 고인을 잘 보내 드려야 하는 가족에게 아픔"이라는 메시지를 B물산에 보냈다.
노조는 이전에도 CJ대한통운, 로젠택배, 롯데택배 등에서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나올때마다 과로사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022년 6월 CJ대한통운의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 사망 때도 노조는 "고인은 평소 건강했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를 배송했다"며 과로사 의혹을 일으켰다. 그러나 CJ대한통운측은 "해당 기사는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혈압,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고 배송물량은 평균 택배기사보다 17% 적고, 주당 작업시간은 55시간 안팎이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20년 말 롯데택배 한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 사망 사건에서도 노조는 "고인은 하루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롯데는 "평균 오후 7시간 정도에 퇴근했고 업무 과다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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