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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농단' 전경련, 삼성 재가입보다 쇄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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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 애쓰겠다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전경련 가입을 두고 주요 계열사들에게 공을 넘겼고, 이들은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에 재가입키로 가닥을 잡았다. 준법위가 정작 역할을 해야 할 때는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앞두고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016년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청문회에 참석해 전경련 탈퇴를 직접 선언하자, 총 15개 삼성 계열사들은 빠른 속도로 2017년 2월에 이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이 회장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해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법적인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일로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복역하다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와 별개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돼 만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사법 리스크'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까지 전경련에 재가입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삼성은 전경련 가입을 이 회장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떠날 땐 총수의 의지로 움직인 삼성이 재가입 때는 이 회장의 의지가 아니란 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삼성이 '경영진 논의-준감위 권고-이사회 의결' 등을 불과 한 달 사이에 속전속결로 처리하며 임시 총회(8월 22일) 이전까지 답변을 달라는 전경련 요청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의 의지가 없다면 이처럼 빨리 나섰을까 싶다.

재계 1위 삼성만 지켜보던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들도 전경련 재가입을 기정사실화 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덕분에 '재계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전경련은 오랜만에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4대 그룹 탈퇴로 수 백억원이 증발됐던 곳간도 향후 다시 채워질 것으로 보여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4대 그룹 탈퇴 전인 2015년 전경련 회원사 회비는 500억원 수준으로, 삼성은 100억원, SK와 현대차, LG가 각각 50억원가량을 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과 관련해 모든 죄값을 치르고 복권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전경련과 삼성이 함께 손을 잡는 듯한 모습은 좀 섣부른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힌 전경련에 다시 발을 들인다는 건 삼성이 준법 경영과 아직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인상을 더 깊게 심는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에선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경제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공동의 소통 창구가 필요한 만큼, 이들의 전경련 재가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이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새롭게 수장으로 교체하면 충분히 쇄신하는 이미지를 보여줄 거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수장을 교체한다고 그 조직이 한 순간에 쇄신됐다고 여겨질 일인지 모르겠다. 올 초부터 전경련이 꺼내든 쇄신안은 그저 큰 그림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한 방안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류 신임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권과 밀접한 인물을 첫 수뇌부로 삼았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삐그덕 대는 모습이다. 류 신임 회장은 △외교관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를 상근부회장으로 △6개월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에 이찬희 삼성 준법위 위원장도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대해 어떤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경련의 혁신안이 부족하다는 입장도 여전하다. 하지만 조건부 재가입이란 전제로 최종 결정을 삼성 계열사에 떠넘기기 한 것은 처음 설립 취지와 다른 비겁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전경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4대 그룹은 결국 재가입으로 모두 방향을 틀었다. 현 분위기에선 이를 뒤집을 만한 반전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탈퇴 명분은 있었지만 재가입 명분은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이 강조하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을 전경련을 통해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회장은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이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며 나의 승어부"라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변론에서 강조했다. 이 회장이 류 신임 회장과 혼맥으로 얽혀 있는 탓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갑자기 전경련에 재가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계 1위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는 전경련도 정경유착의 창구가 아닌 진정한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이젠 제대로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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