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에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골자로 하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지만 공정위가 이를 기각했다.
피해 보상 규모가 부적절하다 판단했고 피해자 측인 삼성전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아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 제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주문의 승인 중단, 선적 중단 및 기술지원 중단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미화 7억6천만 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7억6천만 달러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가 LTA 강제체결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하고 있던 중에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26일과 31일 2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신청 당시 제출한 시정방안에 대한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동의의결제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최종 동의의결안의 시정방안은 '행위중지 등 경쟁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방안'으로서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거래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구성됐다. '거래질서 개선 및 중소사업자 등 후생 제고를 위한 상생방안'으로서 반도체·IT 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중소사업자 지원(200억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7일 전원회의 심의 결과 공정위는 최종 동의의결안에 대해 동의의결 인용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상지위 남용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는 자가 거래상대방이 누려야 할 권리·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행위다.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 요건이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거래상대방에 대한 피해보상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동의의결안에 담겨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 등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아니하고, 동의의결 대상행위의 유일한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
또 최종동의의결안의 시정방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브로드컴은 심의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기술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사항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고, 공정위는 동의의결 최종안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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