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확장현실(XR) 기기 경쟁이 본격화 된 가운데 국내 부품 업체인 LG이노텍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이 생산하는 3차원(3D)센싱 모듈 수요가 점차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오큘러스), 소니, DPVR, HTC,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XR 기기 시장에 조만간 구글, 애플, 삼성 등도 재도전하거나 새롭게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XR 기기 시장은 메타, 밸브, HTC, HP, 소니 등이 관련 기기 출시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용 시장을 겨냥한 AR(증강현실) 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VR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한 확장현실(XR) 헤드셋 시장에서 메타는 6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전분기(77%) 대비 11%p 줄었다. 반면 후발 업체인 중국 업체 피코는 점유율을 11%까지 올리며 2위로 올라섰고, 또 다른 중국 업체 DPVR도 3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키워드가 급부상하면서 VR·AR 관련 기술과 콘텐츠가 발전했고,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관련 시장이 더 확장하고 있다"며 "XR 기기와 관련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업계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구글은 9년 만에 AR 기기 시장에 다시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 2012년 구글 글래스를 공개하고 2013년부터 판매한 바 있지만, 실적이 좋지 못해 2년 만에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구글은 현재 AR 헤드셋 '아이리스'를 개발 중으로, 기기는 오는 2024년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개발 중인 AR 헤드셋은 가상 이미지와 실제 세상을 혼합해 보여주기 위해 바깥쪽을 향하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지난 5월에는 '구글I/O 2022' 행사를 통해 실제 안경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AR글라스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2015년부터 XR 기기를 개발해 왔던 애플도 내년 초쯤 XR 기기를 출시할 전망이다. 애플은 XR 기기에 자체 개발한 M1맥스 프로세서를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4~8K 마이크로 OLED 또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총 13개의 카메라모듈(3D 센싱 3개, 카메라모듈 4개, 시선감지 6개)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는 '올레도스(OLEDoS)'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는 외부 화면용 OLED인 인디케이터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3차원(3D) 센싱 모듈은 LG이노텍이 유력하다.
국내 부품·장비업계는 올 4분기 양산을 목표로 애플 XR 기기 부품을 준비하는 한편, 부품 생산, 검사 장비 등 발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기기 출시는 내년 초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증강현실(AR) 헤드셋을 개발하며 XR 기기 시장에 재도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MS는 지난해 3월 AR 기기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내년까지 협력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 헤드셋은 애플의 XR 헤드셋처럼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큘러스 VR과 협력해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스마트폰 삽입형 VR이 화질과 성능면에서 독립형 VR 헤드셋과 비교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시장 1위인 메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퀘스트 프로(Quest Pro)'를 출시했다. 얼굴과 눈 추적 기능이 있어 아바타가 자신의 표정과 눈을 따라 움직임으로써 가상 현실에서의 대화가 더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특징으로, 퀄컴과 함께 개발한 첨단 모바일 스냅드래곤 컴퓨터칩과 같은 새로운 기술도 들어갔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이 헤드셋을 이용하기 위한 파트너십도 논의 중이다.
이처럼 각 업체들이 XR 기기 시장에 눈독 들이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시장은 2019년 78억9천만 달러(약 9조3천18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천368억 달러(161조5천608억원)로 연평균 7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XR 기기 출하량이 지난해 1천100만 대에서 올해 3천만 대로 증가, 2025년 1억500만 대로 증가하면서 4년 만에 약 10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XR 산업의 핵심이 공간 위치 정보의 센싱 및 처리 능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카메라 모듈 및 3D 센싱을 담당하는 센싱 부품, 반도체 칩 설계·생산, 고성능 기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업체 중에선 LG이노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XR 기기 필수부품인 3D센싱 모듈 시장에 있어 LG이노텍의 기술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LG이노텍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의 마음도 훔쳤다. 특히 '아이폰' 시리즈 후면 카메라에 탑재되는 3D센싱 모듈을 주도적으로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3D센싱 모듈 공급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내년쯤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구글 'AR 글라스'에도 공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D센싱 모듈은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을 거리로 측정해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카메라와 달리 피사체의 사이즈와 부피 등 정확한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이노텍은 기존 3D센싱모듈은 구미 공장에서, 신제품에 들어가는 모듈은 파주 공장에서 주로 생산해 왔으나 최근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파주에 신규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 오는 2024년 완공이 목표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XR 기기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XR 기기를 선보이는 거의 모든 제조사에 LG이노텍의 3D센싱 모듈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LG이노텍이 파주 공장을 3D센싱 모듈 전진기지로 삼고 글로벌 시장 내 독점 공급 체제를 형성하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LG이노텍이 이미 2개 이상의 선두권 업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을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2024~2027년에는 3D센싱 모듈이 LG이노텍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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