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특허 괴물'의 잦은 표적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칼을 빼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삼성전자에서 특허를 담당하던 전 임원들로, 최근 삼성전자를 향해 특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오히려 이들이 영업비밀을 도용하고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맞소송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동부법원에 특허자산관리회사(NPE) '시너지IP'와 오디오·무선통신 전문업체인 '스테이턴테키야LLC'를 상대로 영업비밀 도용 등을 주장하는 소장을 냈다.
이번 소송에선 이들 업체와 함께 과거 삼성전자에서 IP센터장(부사장)을 역임했던 안승호 시너지IP 대표와 사내 변호사였던 조모 시너지IP 상무도 피고인으로 명시됐다. 이 중 엔지니어 출신이자 특허 변호사인 안 대표는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종합기술원 IP전략팀장, 라이센싱팀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IP센터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애플과의 소송전을 앞장서서 이끌고, 구글과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주도했다.
앞서 시너지IP와 스테이턴테키야는 지난해 11월 같은 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 10여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제기된 10건의 특허를 모두 침해하지 않았다"며 "해당 소송에는 영업비밀 도용이라는 불법행위가 포함돼 특허권 행사가 불가하다"고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법원에 최근 제출했다.
또 삼성전자는 오히려 이들이 영업비밀 도용, 신의성실 의무 위반 등 여러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항변하며 맞소송했다. 특히 두 사람을 비롯해 해당 업체들이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할 의도를 갖고 사전에 공모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만큼 민사법상 불법공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법원사이트에 공개된 삼성전자 반소 소장에 따르면 안 대표는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특허 전략 전반 및 특허 협상과 소송을 담당했다. 특히 이번 소송 대상인 음성인식 및 웨어러블 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략 및 관련 특허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변호사 역시 삼성전자 IP센터 사내변호사로 재직하며 특허 관련 핵심 정보에 접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들이 재직 중 영업비밀을 취득해 퇴직 후 소송에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대표가 재직 중에 이미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특허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고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한 데다 회사에 재직 중일 때 2019년 7월 특허업체를 설립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안 대표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에선 안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극비를 잘 아는 특허 책임자가 퇴직 후 전 직장에 소송을 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삼성전자 재직 경력 등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은 듯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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