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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앞뒤 안 잰 유상증자 남발 '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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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미시스코·세종메디칼, 판박이 유증 철회·변경…정관상 한도 무시한 신주발행 제동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는 348억원(총 5회차) 규모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최근 2차부터 주당 6천180원에서 2만3천900원으로 4배 가까이 높였다. 지난 5월 에너지솔루션즈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 사이 쎄미시스코의 주가는 무상증자 등의 호재에 힘입어 7천원 초반대에서 장중 한 때 최고 5만3천900원을 찍는 등 급등했다. 현재도 2만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상증자 발행가액 자체를 대거 상향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자수첩

◆ 쎄미시스코, 신주 발행예정 물량 정관상 한도 초과…법무부 "유상증자 무효"

유상증자 과정에서 '제3자배정 신주가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는 회사 정관을 위반한 것이 문제였다. 쎄미시스코는 지난 5월 총 5차례에 걸쳐 348억원을 조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발행주식(보통주 563만7천679주)만큼인 563만7천675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에너지솔루션즈가 지분 5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존 쎄미시스코 정관에 따르면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발행주식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다. 코스닥상장법인 표준 정관을 준용한 것이다. 쎄미시스코가 에너지솔루션즈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굳이 5차례 나눠 유상증자 결정을 한 것도 이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쎄미시스코 측도 유상증자 계획이 정관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지난 7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주의 발행가능 주식수를 발행주식 총수의 200%까지 늘리는 등의 정관 변경에 나섰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쎄미시스코가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관련 질의를 했고, 지난달 26일 상사법무과가 해당 유상증자가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에너지솔루션즈는 계획된 5차 유상증자 중 1차 납입분 69억원을 내고 최대주주에 올라섰지만, 쎄미시스코는 남은 4차례의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쎄미시스코는 새로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발행가액을 4배 가까이 높여 최종 조달 금액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에너지솔루션즈는 변경된 4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80억원을 투자하고, 신주 117만1천548주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4배 높이는 대신 배정 신주가 4분의 1로 줄어들며 에너지솔루션즈의 증자 후 예상 지분율도 50%에서 33.98% 수준으로 낮아지게 됐다.

에너지솔루션즈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낮아짐에도 계획했던 만큼의 투자금액을 유지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쌍용차 인수전과 관련이 깊다.

쎄미시스코의 최대주주에 올라선 에너지솔루션즈는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에디슨모터스의 최대주주(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92.83%)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KCG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예비실사에도 참여했다. 비상장사인 에너지솔루션즈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의 창구로 코스닥 상장사인 쎄미시스코 인수를 선택한 것이다.

쎄미시스코는 지난달 27일 300억원을 출자해 에디슨모터스 주식 50만주(지분율 7.04%)를 취득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쎄미시스코를 통해 SI(전략적 투자자) 자금을 모으고 있다. 쎄미시스코는 에디슨모터스와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전문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13일 열리는 임시주총을 열어 사명도 '에디슨EV'로 변경하기로 했다.

쎄미시스코는 최근 에너지솔루션즈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대거 변경했다. 1차 유상증자 대금 납입으로 지난 7월 쎄미시스코의 최대주주에 오른 에너지솔루션즈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에디슨모터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 세종메디칼, 쎄미시스코와 판박이…상장사, 책임감 있는 자금 조달 필요

앞뒤 안 잰 상장사의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된 것은 쎄미시스코뿐만이 아니다.

최근 타임인베스트먼트로 매각된 세종메디칼도 비슷한 문제로 유상증자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타임인베스트먼트는 두 차례에 걸쳐 250억원을 출자해 세종메티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지만, 신주발행물량이 세종메티칼 발행주식수의 40%(271만1천96주)에 달했다. 세종메디칼의 정관도 제3자배정 신주발행한도는 발행주식수의 20% 이내로 돼 있었다.

세종메디칼도 뒤늦게 임시주총을 열어 신주 발행 한도를 발행주식수의 100%까지 늘리는 정관 변경을 시도했지만, 쎄미시스코와 마찬가지로 법무부 상사법무과의 유권해석에 따라 2차 유상증자 내용이 무효라는 결정이 나오며 결국 1차 유상증자분(125억원)만 납입하고, 2차 유상증자 계획은 철회했다.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는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주식 관련 채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각종 종류주식을 발행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상장사는 이를 통해 신사업 추진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의 계기로 삼는다.

그러나 상장사에게 시장은 얼마든지 돈을 끌어 다 쓸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니다. 회사의 재무 상태나 비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금 조달을 위해 무분별한 증자나 사채 발행을 남용하게 되면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유상증자만 하더라도 신주 발행으로 주식 물량이 대거 늘어나게 되면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주가 희석을 만회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안겨주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결국에는 정작 필요한 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소위 증시 퇴출 위기에 놓인 한계기업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코스닥협회가 회원사들을 위해 표준 정관을 제시하며 발행주식수 한도를 20%로 정한 것도 무분별한 주식의 발행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를 사전에 막고, 기업사냥꾼으로부터 상장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쎄미시스코와 세종메디칼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상장사로서 안이한 태도다. 최소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면밀한 사전 검토가 진행됐다면, 이번 사례와 같이 계획 철회와 변경에 따른 투자자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장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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