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합의하자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사업주와 기업인의 책임·처벌에만 집중돼 있는 등 과잉 규제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를 강행하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0개 경제단체들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재해법 제정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법안 제정 중단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최근 이를 제정키로 합의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인 셈이다.
여야는 지난 5일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이들은 오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생활물류법 등 여야가 합의한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또 법안심사소위도 열어 중대재해법의 세부 쟁점 조항도 조율했다.
앞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법을 발의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4일 기존에 발의됐던 4개 법과 기본 골격은 비슷하나 위헌 지적이 있었던 부분을 보완한 중대재해법을 발의했다.
기존 산안법은 사업장 안전·보건 책임을 책임자나 관리자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과실에 따른 산업재해 사망 사고 발생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은 최소 2년에서 5년까지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 보다 높고, 특히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서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과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대 매출액의 10%도 벌금으로 내야 하고,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의 제재도 받는다.
이에 경영계는 '과잉 규제'라고 지적하며 여러 차례 제정 중단을 호소해 왔다. 특히 여당의 반기업법 관련 입법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마저 제정되면 중소기업 수주 감소,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부작용이 속출하며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수 차례 경고했다.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자 여야는 여론을 의식해 과실에 따른 산업재해 사망 사고 발생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에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는 쪽으로 처벌 수위를 완화했다.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형의 하한을 아예 없앤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자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등의 결함으로 시설 이용자 등이 피해를 보는 사고의 경우 상시근로자 10인 이하의 소상공인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음식점,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이면 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안전관리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학교시설 역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여야가 중대재해법을 제정키로 합의하자 경영계는 강한 유감을 표시함과 함께 법 제정 시 자신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총 3가지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할 수 있게 할 것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산재사고는 과실범으로,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자보다 간접적인 관리책임을 가진 사업주에게 더 과도한 처벌 수준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라며 "일반적인 산재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개선기회가 있었음에도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계도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소한 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다시 한 번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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