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무가 지난 12일 퇴근 후 자택 욕실에서 숨진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을 언제라도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택배 국감'에 택배업체 관계자가 아닌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가 증인으로 나서 쿠팡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는 모습이다.
엄 전무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성·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앞서 고인은 지난 12일 오전 6시경 퇴근 후 자택 욕실에서 숨졌다. 유족은 고인의 사망이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쿠팡은 노동자에 야간근로를 강요한 적이 없으며 단기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업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임 의원은 "올해 6명이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타 택배 업체가 증인 채택되지 않고 쿠팡만 출석한 게 허무하다"며 "쿠팡은 택배 노동자를 전 직원 직고용 하고 있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책임지는 자세 또한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의 뒤를 이어 질의한 강 의원은 "고인은 2019년 6월 26일 입사 이후 고정적으로 야간 근무를 해왔다"며 "야간근무 가중 30%를 고려 시 고인은 입사 후 16개월 동안 근로일마다 9시간 30분에서 11시간 30분 가량 근무한 것이며, 이는 적다고 볼 수 없는 근무시간"이라며 고인의 사망이 과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은 지난 8월 주 70.4시간, 9월에는 69.4시간 근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엄 전무는 "(기존에 배포된 입장은) 사실에 입각해 이야기 한 것 뿐"이라며 "과로사 여부는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실제 쿠팡의 근무일 자료에 따르면 고인의 근무일수는 16개월 동안 월 평균 19일 수준이었으며, 주 평균 근무시간은 44시간이었다. 이에 따르면 고인이 평소 60시간 가량을 근무했다는 강 의원의 주장은 산업재해 신청 시 야간근무로 인한 근무시간 가중치인 30%를 가산한 것이다.
특히 지난 8월과 9월은 고인이 쿠팡에 재직한 16개월 동안 가장 근무한 날이 많은 두 달이었다. 강 의원이 주장한 7일 연속 근무도 주 단위 기준이 아니라 2주에 걸쳐 7일 연속으로 일한 경우를 찾아낸 것이다.
또 강 의원은 "고인의 카톡을 보면 고인은 출근하지 않은 날은 출근을 종용하는 연락을 받았다"며 "형식적으로만 일용적이지 실제로는 정규직과 같이 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전무는 "일부 의원님의 말씀이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고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족과도 언제든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질의를 이어간 안 의원은 노동자 사망 재발 방지 대책을 물었으며, 고인의 유족이 아들이 일하던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지에 대한 쿠팡의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엄 전무는 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시설 설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며, 유족의 현장 방문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국감에 택배 근로자 사망 문제가 발생한 기업이 출석하지 않고, 업계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쿠팡만 증언대에 세운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히려 업계 유일하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쿠팡만 출석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쿠팡은 분류 작업에 전담 인력을 채용해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공짜노동' 문제를 해결한 바 있으며, 업계 유일하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로부터 택배기사 문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 국감의 쟁점이 된 고인은 분류작업 및 택배 업무와 관계가 없는 포장재 공급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는 최근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도 국감 증인으로는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 관계자만 총대를 멘 꼴"이라며 "택배 국감인데 증인 중 택배회사 관계자가 없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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