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미국 게임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피파 2005'에 한국 축구 대표팀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EA는 대한축구협회가 터무니없이 높은 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EA 측의 계약조건은 한국 대표팀을 무시하는 수준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기 싸움에 언론이 가세해 일반에 공개돼선 안될 EA, 코나미의 계약금까지 알려진 상태다.
일단 EA가 대한축구협회에 제시한 계약금이 '피파' 시리즈의 경쟁게임인 '위닝일레븐'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코나미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이다.

EA는 3년 간 계약조건으로 최초 6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9만 달러로 높여 부른 반면, 코나미는 지난 3월 2년 계약에 약 26만 달러로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나미 측에서 '위닝일레븐8'의 판매에 따른 러닝 로열티까지 주겠다고 나섰으니, 대한축구협회가 달랑 계약금만 주겠다는 EA의 계약조건에 심기가 불편했을 법도 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EA의 계약이 결렬돼 현재 테스트용 '피파2005'에는 한국 대표팀이 빠져 있는 상태다. 조속한 시일 내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99년이래 처음으로 한국팀 없는 '피파' 게임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EA의 계약조건에 그렇게까지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피파' 시리즈는 매번 전세계적으로 500만 장 이상 팔리는 인기게임이다. 따라서 EA는 전세계 이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계약조건을 내세웠고, 브라질·프랑스 등 인기있는 대표팀을 보유한 국가에 더 많은 계약금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 국가가 EA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우리나라에 비해 많아야 3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용자들의 국가 대표팀별 선호도는 한국에 비해 브라질·프랑스 등이 3배 이상 높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EA의 계약조건은 한국 대표팀을 무시하는 수준의 처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피파'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이 매번 10만 장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전세계 판매량에 비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가 EA와 코나미라는 개별 기업의 계약조건을 비교해가며 국내 게임 이용자들에게 '나라 없는 설움'을 줄 필요가 있을까.
다만 각 선수들의 초상권까지 계약금에 포함시킨다는 EA의 요구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져 초상권만큼은 대한축구협회가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코나미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특징적인 부분만 캐릭터에 적용한 것처럼, EA도 한 발 물러서야 하는 게 맞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EA코리아는 서로가 협상을 조율할 의지가 없다며 헐뜯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계약조건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알려진 만큼, 한국 대표팀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여부는 게이머들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양측의 앙금 때문에 '피파 2005' 이용자들이 일방적으로 최상의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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