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와 대한축구협회가 축구게임 최신 시리즈 '피파 2005'에 한국 대표팀의 포함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EA 측은 "대한축구협회가 영국, 브라질 등 우수 선수를 보유한 국가들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 6월 정식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 10월 경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피파 2005'에 한국 대표팀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파' 시리즈에는 지난 99년부터 줄곧 한국 대표팀이 포함됐고,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팀이 제외될 경우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는 "EA 측의 계약 조건은 한국 대표팀을 무시하는 처사에 가깝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A와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올 4월부터 재계약을 진행해 왔다. EA 측은 한·일 월드컵이 끝남에 따라 3년전 계약 당시보다 더 적은 계약금을 제시했으나,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4강 진출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라이선스 관련 담당자는 "지난 3월 '피파' 시리즈의 경쟁 게임인 일본 코나미의 '위닝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한 결과 EA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또 "대표팀 선수들의 위상 강화로 초상권을 협회 차원에서 관리할 수 없는 만큼, 코나미 측에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며 "EA가 초상권까지 포함된 계약금을 터무니없이 적게 제시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A 측은 "축구협회가 코나미와 계약한 금액에 웃돈을 얹어 제시한 계약금은 다른 나라와 계약한 금액의 6배에 이른다"며 "월드컵도 끝났고, 한국의 피파 랭킹도 하락한 상황에서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닝 로열티 부분에서도 코나미 측은 패키지 판매 수량에 따라 일정액을 주겠다고 계약한 반면, EA 측은 당초 제시한 계약금을 좀 더 올려 제시한 만큼 로열티 부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피파 2005'에 한국 대표팀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에선 같은 입장이어서, 재계약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 아닌 만큼 라이선스 계약으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대표팀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키는 차원에서 EA와 앙금을 쌓아 왔지만, 한국축구의 저변확대와 게임 이용자들을 위해 한국팀이 포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A 측도 한국에서 '피파' 시리즈의 판매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게임 팬들을 고려해 한국팀이 포함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출시 이전에 패치(수정)를 통해 '피파 2005'에 한국 대표팀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큰 만큼 낙관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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