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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금융소외]③ '금융문맹', 대책 논의보다 빠른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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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뛰는데…'혁신금융' 원년에 노인금융은 한 발짝 뒤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시니어 금융소외에 대한 정책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혁신금융과 핀테크가 거센 물살을 만드는 동안 시니어 금융의 물꼬는 트이지도 않았다.

금융업계는 시니어 금융을 키울만한 미끼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정책성 서민금융상품도 미진한 단계다.

☞ 관련기사: [시니어 금융소외]①무인기기의 역습…"ATM·커피 주문도 한발 늦어"(르포)[시니어 금융소외]② 내 손안에 금융, 시니어에겐 '별나라'

◆고령화는 뜀박질, 시니어 금융은 걸음마…대책보다 도태가 빠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 14%를 넘기면 고령사회로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속도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가장 빠르다.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들어가는 데 17년이 걸렸다. 미국(71년) 4배 이상 빠르고, 일본(24년)과 대비해도 가파르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중은 38.1%까지 급증해 일본(37.7%)을 앞지르고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비교해 시니어금융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시 금천구청이 개최한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여한 응시생의 모습.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와 비교해 시니어금융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시 금천구청이 개최한 '어르신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여한 응시생의 모습. [사진=뉴시스]

고령인구가 많은데 금융문맹 척도도 매번 노인이 꼴찌다. 갓 금융을 시작한 18세~29세의 청년층을 제외하면 노년층의 금융지식과 금융행위 점수는 최하위권에 자리한다. 28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8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노년층(60~70대)의 금융지식 및 금융행위는 각각 각각 50.2점, 52.3점으로 각각 전체 평균인 65.7점, 59.9점을 밑돌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 사회의 시니어 금융 논의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한해 당국과 국회 토론회 등에 상정된 고령화 금융 안건을 들여다보면 '고령화 시대 금융에 대비해야 한다' 수준에 그친다. 우선 토론회 수 자체가 많지 않다. 개별 안건도 '고령화 시대에 대응' '고령층에게 디지털 교육' 등 두루뭉술하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거부감도 금융소외에 한 몫을 한다. 70대 김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은행에 들러 은행원을 통해 적금 같은 금융 상황을 정리한다. 온라인 쇼핑은 꿈도 꾸지 않지만, 자녀가 더 저렴한 상품을 온라인에서 찾아주면 실물 ‘돈’을 쥐어주고 대신 거래를 시켜야 마음이 편하다. 40대 직장인 한 씨는 “최근에는 비대면 거래가 너무 활성화돼 나조차도 온라인 금융생활에 진땀을 빼곤 한다”며 “중장년층이 노년기 부모님의 금융거래를 대신해주는 일도 어려워졌다는 생각해 씁쓸하다”고 전했다.

디지털 수용 의지도 약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국민 평균의 25% 수준에 그쳤다. 절대점수가 25점이 아니라 국민 평균에 비교해서도 4분의 1 정도라는 이야기다.

이용 태도 역시 소극적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2.48점, 4점 만점), 디지털 기기를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2.28점), 스스로를 평생 학습자로 생각한다(1.92점) 등의 지표 모두가 국민 평균보다 낮았다.

◆금융업계, 시니어 금융 키울 '미끼' 없다…서민금융상품서도 외면

생애주기별 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를 제외하면 금융사의 시니어 특화 상품은 생색내기에 그친다. 애플리케이션의 글씨를 키우고 고령층 상담전화를 유료로 운영하는 등이다. ‘실버’를 수식어로 건 상품들도 기존의 상품과 별다르지 않은 특성 몇 가지를 붙인 수준이다.

단순히 고령층을 겨냥한 혜택을 붙이기보다 고령층의 금융 습관을 파악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령층은 안전자산을 선호해 은행과 금융 투자부문의 예금과 대출이 활발하다. 금감원도 퇴직연금 활성화, 소득단절 극복 금융상품 개발, 투자자문·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등 금융권의 고령화 특화 상품·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금융권이 시니어 주도의 상품을 개발하거나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미끼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시니어 맞춤 서비스는 대부분 자율 권고 사항으로, 금융사가 권고사항을 이행할만한 매력점도 제시하지 못한다.

금융권에서도 시니어 세대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사진은 이달 23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연탄값 인상에 따른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연탄가격 동결을 촉구하는 연탄 사용가구 단체의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권에서도 시니어 세대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사진은 이달 23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연탄값 인상에 따른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연탄가격 동결을 촉구하는 연탄 사용가구 단체의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14주간 은행 14개사, 240개 점포를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상품 미스터리 쇼핑 조사에서 은행권의 고령자 보호는 낙제점을 기록했다. 70세 이상 고령자 보호 관련 항목인 숙려제도에서 100점 만점에 34점, 고령투자자 보호제도에서 35.7점을 받았다. 금융권의 새로운 흐름인 인터넷은행도 고령자에게 대면영업을 ‘허용’하는 데에 그친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고령층의 금융자산 보유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비슷한 추세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나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시니어 세대의 금융 역차별은 디지털에 그치지 않는다. 시니어 대상 정책성 금융상품도 미진하고, 있는 상품도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시니어 정책금융 상품인 국민연금 실버론은 2012년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6년동안 이용자가 5만375명이다. 대부 금액은 2천215억원이다. 행정안전부의 2018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른 65세 이상 노인인구 765만408명 중 0.6%만 실버론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평균 12.5%) 가운데 1위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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