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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금융소외]② 내 손안에 금융, 시니어에겐 '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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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토끼 쫓아나선 금융사에 '거북이 걸음' 시니어 소외감↑

[아이뉴스24 허인혜, 김지수 기자] '영상통화 본인인증·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비대면 발급 카드….'금융권이 디지털 근육을 키우며 소비자 편의를 높인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지만 시니어들의 금융 환경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비대면 금융상품의 우대금리나 알짜 카드혜택도 시니어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프라인 창구와 자동화기기(ATM)까지 사라지면서 대면 채널에서 마저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 관련기사 = [시니어 금융소외]①무인기기의 역습…"ATM·커피 주문도 한발 늦어")

◆디지털 금융 혜택 쏟아지는데…시니어에겐 ‘그림의 떡’

지난해 신규 신용카드 중 가장 성공한 모델들은 온라인 전용카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월실적이나 한도조건 없이 무조건 포인트를 주거나 초개인화 전략으로 자주 사용하는 업권만 골라 할인을 받는 등 혜택이 쏠쏠하다. 비대면 판매채널을 활용해 중간 수수료를 줄이고 핵심 공략고객인 2030세대에 맞춰 장점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쏠쏠한 혜택도 시니어층에게는 '다가가기 먼 당신'이다. [사진=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앱 화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쏠쏠한 혜택도 시니어층에게는 '다가가기 먼 당신'이다. [사진=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앱 화면]

보험업계는 같은 상품도 온라인에서 가입하면 보험료를 저렴하게 책정한다.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상품과 보장은 동일하지만 보험료는 보다 합리적이다. 치매 등 고령자 위한 상품조차 온라인 전용 보험은 더 저렴하게 출시한다.

저축은행업계는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우대금리를 내세운다. 모바일, 인터넷으로 비대면 계좌에 가입하면 0.1%p 수준의 금리를 더 얹어주는 식이다. 아예 스마트폰 전용 적금상품도 쏟아진다.

이렇듯 비대면 서비스의 혜택은 대면 서비스를 제쳤다. 인건비 절감과 디지털 발전이 맞물리면서 금융권역을 가리지 않고 비대면 서비스에 힘이 몰리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을 디지털 환경으로 유치하는 것은 물론 기존 고객까지 디지털 금융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제는 디지털 금융의 역차별이다. 시니어계층은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혜택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선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5년 전 은퇴한 60대 A씨는 "아직도 종이통장, 현금이 보여야 안심이 된다"며 "신용카드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모바일 뱅킹 같은 기술은 믿기도, 사용하기도 힘에 부친다"고 답했다. 실제로 한은 조사에서 60대 이상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인터넷 사용 미숙과 기술 불신 등을 지목했다.

인터넷 전용은행은 우대금리와 손쉬운 대출 등 좋은 금융서비스를 갖췄지만 시니어층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전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처리해서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서는 대면 영업을 허용하지만, 시중은행처럼 점포를 여러 곳에 열지도 않은 데다 애초에 인터넷 은행이라는 개념 자체부터 거리감을 느끼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전성시대에 자리가 없다…힘 빠진 시니어 금융

우리나라 '금융문맹'은 6070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30세대도 못지 않게 금융에 어둡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인은 딴판이다. 2030세대는 금융 자체가 어려워서, 6070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2016년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20대 청년층은 금융이해력 최소 목표점수에 미달한 비율이 60%를 넘겼다. 열에 여섯은 일상적인 금융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다.

고령자들은 온라인뱅킹과 인터넷 금융 이용률이 현저히 낮았다. 한국소비자원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금융거래 방식으로는 여전히 영업점 방문과 ATM기기를 꼽았다. 연령층을 60대로 낮춰도 인터넷 뱅킹 이용률이 20%에 그친다.

온라인 전성시대가 찾아오면서 청년 금융문맹의 사정은 훨씬 나아졌다. 금융편의성이 높아진 덕에 디지털에만 익숙하면 쏠쏠한 금융혜택도 따라온다.

반대로 시니어층의 금융문맹 현상은 날로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도 어려운데 디지털 체질변화 속도를 따라잡기는 더 버거워서다. 최근에는 노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채널까지 디지털이 침투했다.

당장 고객센터를 찾기도 어렵다. 20대 직장인 B씨는 C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한참을 헤맸다. 고객센터에 연결되자마자 휴대폰에 웹 ARS 화면이 떠올라서다. 숫자를 누르는 ARS에 익숙해져 있던 A씨는 화면 이곳 저곳을 살펴보다 겨우 유선형 ARS 서비스로 되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 A씨는 “젊은 층도 찾기 어려운데 고령층의 소외감은 더 심각할 듯해 걱정스러웠다”고 전했다.

20대 직장인 B씨는 C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웹 ARS로 자동연결돼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사진=허인혜 기자]
20대 직장인 B씨는 C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웹 ARS로 자동연결돼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사진=허인혜 기자]

은행 지점과 ATM은 꾸준히 줄어드는 중이다. 2012년 말 8천곳에 가까웠던 국내 은행지점과 출장소는 지난해 6월 6천800곳으로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4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ATM는 2만6천827대로 2년 사이 3천302대가 사라졌다. 모바일 앱으로 창구 번호표를 뽑아주는 서비스가 신설되면서 이제는 줄서기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난 처지다.

김지수 기자 gsoo@inews24.com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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