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출범했다. 국정기획위를 이끌고 있는 김진표 위원장은 "자문위는 과거 정부의 인수위와는 조금 다르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가계 통신비 인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조차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하면서 각종 파열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 있었던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과의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국정기획위 측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협조를 구하기 위해 재계 간담회를 요청해 성사됐다"며 소통행보임을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이 자리에서 국정기획위의 일방통행 행보만 노출했다.
기업인들은 국정기획위의 기세에 눌려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대선공약을 한꺼번에 실행에 옮길 경우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마치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온 느낌"이라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통신비 인하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6일 통신비 인하 문제를 놓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상대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미래부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며 보고 중단까지 선언했다가 다시 논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지난 10일에 진행된 미래부의 추가 업무보고에서도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방안에 퇴짜를 놨다. 이동통신사들이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핵심쟁점인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당장 이렇다 할 구체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인 논란과 현장의 혼란만 가중됐다.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근거가 없는데도, 국정기획위가 사전 논의 없이 기본료 폐지를 압박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욱이 기본료 폐지대상을 2G, 3G, 일부 LTE로 한정하면서 공약후퇴 논란도 제기됐다.
물론 국정기획위 측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조차 없는 상태에서 조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과 가계 통신비 문제는 국민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중차대한 문제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을 외면한 채 서두르거나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는 효율성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근간으로 운영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급하더라도 돌아가자. 차분히 반대 목소리를 듣고 더욱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부가 향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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