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10월까지 신탁업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은행과 금융투자업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 협회장들이 신탁업 개편에 대해 '반대'와 '환영'의 각각 다른 목소리를 높이며 '밥그릇 싸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탁이란 주식,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다양한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관리·보관하는 재산관리기구로서 운용의 자유로움이 높아 해외에서는 노후재산관리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탁업이 금융투자업을 다루는 '자본시장법'으로 규율돼, 본래의 유용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올해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신탁업 제도 전면 개편'을 내세웠다. 신탁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해 '신탁업법'을 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진입 규제 완화, 운용 탄력성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신탁업법 제정안을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영역인 자산운용 시장을 은행이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증권업계가 예금을 받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처럼 은행도 자산운용업은 건들지 마라"며 나섰다.
신탁업법을 따로 빼내고자 한다는 취지 뒤에는 은행이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이다.
황 회장은 "신탁이라는 기구를 다른 업권에서 자산운용업을 직접 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증권이나 자산운용업권에서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할 일은 자체적인 비용 효율화를 하는 게 1순위인데 그게 안되니까 남의 업권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대로 은행들은 신탁업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해 따로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여·수신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힘든 최근 상황에서 신탁업무를 필두로 은행들도 자산운용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셈법이다.
앞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신탁은 모든 금융업권이 공유하고 있는 비즈니스"라며 "(신탁업 제도 개편은) 금융권 전체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저금리 시장 하에서 자산관리에 대한 새로운 금융수요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는 영역이 신탁인 만큼 일부 업권이 아니라 전체 금융업권이 신탁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8일 신탁업 개선에 대한 관계부처 첫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오는 5월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3개 연구원 공동 연구용역 및 공청회를 진행하고, 6월까지는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해 올 10월 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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