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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그 많던 '계란'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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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지나가고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붉은 닭은 행운을 부르고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음기를 쫓고 양기를 불러오며 액운을 쫓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붉은 닭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템들을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닭들은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새해벽두부터 땅 속에 그대로 파묻혀 죽어가고 있다. 바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살처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초 의심 신고 이후 49일째인 이날 0시 현재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총 2천998만 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2014~2015년 AI 사태 당시 1천만 수가 살처분되기까지 100여일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특히 이번 일로 국내 산란계(알을 낳는 닭)의 32.1%가 살처분됐다.

이로 인해 계란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계란 한 판(30알) 가격은 8천237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가격이 5천603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47%나 올랐다. 일부 동네마트에서는 이미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계란 가격의 오름세는 여전하다. 반면 닭고기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6% 폭락했다. AI 여파로 계란은 어느샌가 고기 보다 비싼 '금란(金卵)'이 돼 버렸다.

물론 닭고기 가격도 최근 수요 감소로 일시적으로 급락했을 뿐 이달 중순부터 육계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30%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먹거리 가격이 줄인상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설을 앞두고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여기에 제빵업체들은 신선란을 구하기 어려워 안달이다. 제품은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가 없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일부 업체는 분말 계란이나 냉동 계란을 구해서라도 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보듯 뻔한 결과다. 길거리 노점상과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식당들은 이미 계란을 뺀 음식을 선보이거나 아예 메뉴에서 없애버렸다. 계란 도·소매업체들은 하루에도 수십 군데씩 문을 닫고 있다. 정부의 안일함으로 눈덩이처럼 커진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남았고 애꿎은 서민들만 눈물을 흘리게 됐다.

정부는 AI 사태 원인을 철새 탓으로 돌려 초동 진압에 실패한 데다 이후 관련 부처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계란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급등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수급 불안정 해소를 위해 미국·캐나다 등에서 신선란을 직접 들여오거나 관세인하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관련 부처간에 협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수입을 한다고 해도 문제다. 신선란이 수입될 경우 현지 계란 가격(1개당 345~482원)이 비싼 데다 항공운송료 등으로 가격이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 결국 컨트롤타워가 없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 시점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인다. AI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전담 방역조직만 제대로 꾸리고 대응했어도 사태는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도 작년 11월 21일 일본 돗토리 현에서 AI가 처음 검출됐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약 한 달 동안 가금류 1천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한 후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지만 일본 환경성은 바이러스 검출 즉시 바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위기관리체제 역시 일본에서는 발생 당일 가동됐지만 우리나라는 AI 발생 이틀 뒤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이번 만큼은 정부가 AI 사태 조기 진압에 성공한 일본을 본받아 위기관리체제 정비에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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