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이탈리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이탈렉시트'와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5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조기 총선 결과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하기 쉽지 않다"며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찬성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국민투표 패배를 시인하고, 사퇴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렌치 총리 사태로 이탈리아 조기 총선이 2017년 상반기에 실시될 예정인데,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의 집권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성운동의 대표적인 공약이 유로존 탈퇴 및 리라화 부활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은행발 유럽 위기국면이 다시 한번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엑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오성운동은 렌치 총리 사임 이후 정국을 수습할 과도정부 체제가 필요 없다며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해 당장 총선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발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도 불거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헌투표가 부결될 경우 이탈리아 증시가 최대 20%까지 폭락하고 이탈리아 은행 8개가 도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유로존 금융시스템 전반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이탈리아 국민의 70%가량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고 있고, 포퓰리즘 야당인 오성운동의 집권이 쉽지 않은 점에 미뤄볼 때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탈리아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오성운동이 집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오성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오성운동의 정치적 약진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선거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이탈리아 대법원은 1당에게 54%의 의석을 몰아주는 하원선거 개혁법안의 위헌여부를 심의중에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정치 지도가 급격히 변해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과도하다"며 "불확실성 요인이 되긴 하겠지만, 수면위로 부상하지 않는 잠재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오는 8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응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부결로 몬테파스키 은행을 비롯한 부실화된 몇몇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상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은행들의 이탈리아 국채 비중이 높은 가운데 국채등급이 하락하고 추가 담보가 요구된다면, ECB를 통한 장기자금대출(LTRO)로 연명하고 있는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8일 ECB 대응책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덧붙였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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