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미 전장업체 '하만 카돈'을 인수를 계기로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산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커넥티드카와 오디오분야 전문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한화 9조4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15일 "하만 M&A는 신의 한수"라고 평가하고 "삼성전자 전장사업의 궁극적인 방향은 완성차 제조보다는 토탈 솔루션 전장부품 업체, 즉 스마트카 시스템 공급 업체로 판단되며 앞으로 삼성전자와 BMW의 제휴 영역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사물인터넷(IoT), 대중화된 다수의 고급 브랜드,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하만이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보유한 삼성과 결합하면 보쉬·콘티넨털 등 세계적 부품사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삼성이 콘티넨털·보쉬 등 새시 업체(조향장치·브레이크시스템 등)를 추가 M&A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삼성이 하만을 통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만의 클라우드와 IoT, 오디오, 스피커 튜닝 부문의 높은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확대뿐 아니라 내년부터 본격 개화될 AI·IoT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앞으로 음성인식 기술을 자동차까지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신성장 동력인 전장사업에 대한 글로벌 도약 기반을 확보, 삼성전자의 IT·모바일·부품사업과 하만그룹의 전장분야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장부문에서 절대적으로 취약했던 고객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성장 전략이 폐쇄형 혁신인 R&D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방형 혁신인 C&D(Connect&Development)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C&D란 내부의 지적재산과 외부의 지적재산을 결합해 더욱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일종의 개방형 연구개발(R&D) 방식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삼성전자가 지능형 개인 비서 서비스인 '인텔리전트퍼스널어시스턴트(IPA)' 역량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에 대한 M&A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비싸게 샀다" 우려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미 상품화가 진행중"이라며 "프리미엄 시스템은 자동차 업체가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중저가제품은 애플과 구글 등이 신규 진입 시도하고 있어 하만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하락과 수익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만의 시가총액 61억 달러를 감안하면 인수 금액 80억 달러는 다소 높다"며 "다만 삼성전자로 인수된 후 잠재적 경쟁자였던 구글과의 협업이 강화된다면 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한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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