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롯데그룹 상장사들이 '오너 리스크'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이하 시총) 합산액이 2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롯데그룹 8개 상장계열사(롯데손해보험, 롯데푸드,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정밀화학)의 전체 시총은 25조4천24억원에서 23조5천278억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의 압수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 10일부터 100일간 시총이 7.38%(1조8천747억원)나 줄어든 것이다.
이 기간에 8개 롯데 상장계열사 중 시총이 오른 곳은 롯데케미칼뿐이었다. 시총이 4.2% 상승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6천939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 기간 롯데케미칼 주가는 26만8천500원에서 최고 31만7천원까지 올랐다.
나머지 7개 계열사는 시총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계열사의 시총 감소액만 2조2천688억원에 달한다.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롯데푸드다. 시총은 22.99%(2천821억원) 감소했으며 압수수색 직전 89만6천원이던 주가도 전날 69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밖에도 롯데칠성은 19.05%(롯데칠성우 미포함), 롯데제과는 16.71%, 롯데하이마트는 15.77%, 롯데쇼핑은 11.04%, 롯데손해보험은 8.71%, 롯데정밀화학은 2.64% 시총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무산된 호텔롯데 상장 건까지 포함하면 롯데그룹 피해 액수는 더 크다고 설명한다. 지난 7월 상장 예정이던 호텔롯데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한지 사흘 만에 상장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5조원대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는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공모액(4조8천881억원)을 기록한 삼성생명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된 가운데 그룹의 검찰조사 영향으로 주요 계열사의 영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검찰조사 이후 개선의 여지가 많으나 당장 호텔롯데 상장 무산과 검찰조사 장기화로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찰조사가 마무리되면 롯데그룹의 시총이 이전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현대·오리온·CJ·SK 등의 과거 대주주가 배임 문제를 겪었던 사례를 보면 그 당시 주가 하락은 일시적일 뿐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가 되면서 기업 가치가 증가했다"며 "롯데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이번 계기로 좀 더 투명한 지배구조가 정착한다면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재평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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