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를 최종 불허한 것에 대해 19일 증권사들은 케이블TV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대한 경쟁 제한성 최종심의 결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취득 금지 ▲SK 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양 사의 M&A 불허 결정을 내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합병법인이 속한 23개의 방송구역 중 21개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지배력 강화로 케이블TV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우려가 있고, KT·LG유플러스 등 경쟁사의 판매선이 봉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통사와 대형 케이블TV SO 합병도 불가능해져
이에 대해 HMC투자증권 황성진 애널리스트는 "공정위가 이번 심사에서 권역별 점유율 제한을 기준으로 설정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이동통신사와 대형 케이블TV SO들간의 합병은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유료방송 시장의 무게중심은 케이블TV SO 진영에서 IPTV 진영으로 이동 중인 상황"이라며 "M&A 등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유료방송사들은) 성장을 위해 가입자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료방송 시장경쟁 심화와 마케팅비 증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유료방송업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판매 가격의 정상화, 플랫폼 권리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변화로,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절대 불리할 수 없는 변화"라며 "특히 모바일이라는 기존의 성장 엔진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그 엔진을 대체해야만 하는 유료방송업의 변화가 정체됐다는 사실은 모든 통신사업자에게 결코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케이블TV 업계를 위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규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어 이번 M&A무산으로 수혜를 받는 업체는 적어도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문지현 애널리스트는 공정위 결정으로 유료방송 산업에서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M&A 추진 자체가 뜸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유료방송 구조개편은 대규모 기업끼리의 결합보다는 시장 경쟁성을 제한하지 않는 중소기업끼리의 결합만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 유료방송 기업들은 M&A을 할 만한 자본력이 부족하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둔화돼 자발적인 M&A 동인은 부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M&A 무산이 방송업계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애널리스트는 "(이번 M&A 실패로) 국내 방송 산업에서 현 사업자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경쟁구도를 유지한 채 방송업계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IPTV가 강력한 콘텐츠와 마케팅 능력으로 가입자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금 회수 방법 중 하나인 M&A도 쉽지 않게 돼 케이블TV가 콘텐츠 질적 제고를 위한 자금 마련이 더욱 요원해졌다는 얘기다.
◆방송산업에 부정적 요인만 있는 건 아냐
반면 이번 M&A 좌절을 해당 산업의 부정적 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CJ헬로비전은 차기 정권에서도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라 공격적인 시장 침투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SK텔레콤도 자체 IPTV 가입자 유치 강도를 높일 전망이지만 결합상품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공격적인 마케팅전략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해, 마케팅 경쟁이 강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M&A가 실패한 현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크게 높일 유인이 없고, 정부가 유무선 방송/통신 결합 상품 규제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초고속 인터넷/IPTV 등 통신사 유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준섭 애널리스트도 "만약 23개 권역 중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21개 권역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합병이 승인됐다면 합병 시너지는 거의 전무했을 것"이라며 " 21개 권역을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인수 주체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인수불허보다 불리한 결과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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