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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금융시장, 어디쯤 와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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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럽, 일본 등 경기부양 기대…홍콩 외환 불안은 당분간 우려

[이혜경기자] 국제유가 불안과 G2(미국과 중국) 리스크, 홍콩 금융시장 우려 등 해외발 리스크가 번갈아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부문별 현황을 점검해본 결과, 중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분위기다. 최근 환 투기세력과 당국의 힘겨루기가 나타나고 있는 홍콩의 외환·주식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유가 급락세의 경우, 바닥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나올 만한 악재는 거의 다 나온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파악된다. 유가 급락에 따른 오일머니의 신흥국 이탈과 관련해 국내 증시에서는 오일머니가 이미 팔 만큼 팔고 나간 것으로 분석돼 추가 이탈할 자금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 경기 불확실성 여전하나 경기부양 기대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중국 증시 불안은 이제 거의 시장의 '상수'화 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작년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8%로 확정 발표되자 시장은 7% 성장률에 못미칠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급락세를 보였다. 불안한 투자심리가 작은 요인에도 주식을 던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중국 4분기 GDP성장률 6.8%는 예상치인 6.9%를 약간 밑돌았다. 소비 기여율 상승에 따른 경기연착륙은 이뤄졌지만, 3선도시에서 부동산 재고 소진이 지연되며 투자지표에서는 부진함이 이어졌다.

대신증권의 성연주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월 PMI지수(2월1일) 및 2015년 기업 실적 발표(2~4월)를 앞두고 있으며, 특히 퇴출기업(3년 연속 순이익 적자) 확대 및 회사채 이자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최근 2주동안 1조 위안 이사의 자금을 시장에 풀었다. 인민은행은 이번 주에만 공개시장 조절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단기유동성조작(SLO) 매매 등을 통해 7천6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를 통해서도 5천500억 위안을 투입했다.

대신장권의 성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MLF/역RP매입은 지난 8월 대비 강도 높은 정부의 부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정부가 경기 안정화를 위한 부양정책을 추가로 실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은행/기업의 비용 부담, 춘절 전 자금 수요 등을 감안하면 추가 지급준비율·금리 인하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에 대우증권 최홍매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이미 1조 위안 이상의 자금을 시장에 풀었기 때문에, 지준율 인하는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LIG투자증권의 윤영교 애널리스트는 "3월에 있을 양회(兩會)에서 성장률 하락에 대한 당위성과 향후 경제 정책 비전이 충분히 설명되고 나면 중국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 환 투기세력과 홍콩 외환당국 힘겨루기 중

새롭게 떠오른 홍콩발 리스크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달러화에 고정(페그)된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에서 움직인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투기세력들의 공격이 강해지면서 올해 들어 홍콩달러는 지난 21일까지 0.84% 추락한 상태다.

투기세력들은 홍콩 달러를 대량으로 공매도하고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하락시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에 홍콩달러값이 급락하자 그 뒤를 따라 홍콩 증시가 비틀거렸다.

H지수(HSCEI.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본토 기업으로 이뤄진 지수)와 항셍지수는 지난 20일과 21일 연속으로 급락했다가 22일 홍콩 당국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힘입어 급반등을 보이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홍콩의 불안은 과거와 달리 이제 홍콩이 중국과 경제 펀더멘털이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 되었으나,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에 묶여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중국 경기 위축을 고려하면 홍콩도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데, 미국 달러에 홍콩달러가 고정돼 있다 보니 홍콩의 통화정책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에 맞춰 긴축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투기세력들의 공격은 이 같은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청(HKMA)은 홍콩달러의 미국 달러 페그제를 유지할 방침을 강조하면서, 3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무기삼아 홍콩달러를 사들이고 달러를 매도하며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의 오승훈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홍콩은 외환보유액이 4배 늘어난 상태로 급격한 달러 유출에도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홍콩증시의 급락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지수(ELS)로 불똥이 튀면서 국내에서도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우리 금융당국은 "H지수 하락으로 일부 ELS 상품이 녹인(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바로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놀란 시장을 다독였다.

대부분 ELS 상품은 녹인 구간에 진입해도 일정 지수까지 회복하면 기존에 약정된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현재 발행된 H지수 기초 발행량의 96.7%는 오는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그 기간 중 H지수가 회복하면 투자자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홍콩 외환당국과 투기세력의 힘겨루기는 현재 진행형인 만큼 당분간 불확실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일머니 유출, 정점은 지났다

유가 하락이 가속화 하면서 각국에 투자된 산유국들의 투자자금, 즉 오일머니가 이탈하며 글로벌 증시 불안의 주요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감소한 산유국들은 앞다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어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SAMA)이 관리하는 해외투자 자금(SAMA Foreign Holdings) 운용액은 2014년 말 7천235억달러에서 2015년 말 6천277억 달러로 958억달러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적자 규모(980억달러)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로, 이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해외 보유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오일머니 이탈이 가파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 기간 중 산유국들의 한국 주식 매도금액은 8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12조2천억원)의 3분의2를 넘는 상당한 규모다. 특히 이 가운데 5조8천억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일머니의 국내시장 탈출 현상이 이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매도를 주도했던 사우디의 경우 그동안 한국주식을 많이 매도했기 때문에 더 팔아치울 한국주식이 이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국 주식 보유금액은 2014년 말 16조원에서 2015년 말 11조원으로 31.0% 줄었다. SAMA 해외투자 자금 중 한국 주식 비중은 2.0%에서 1.6%로 하락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의 김영환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 해외투자 자금 중 한국 주식 비중(1.64%)은 MSCI 세계지수 내 한국 비중(1.56%, iShares MSCI ACWI ETF 기준)에 근접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이 전체 해외투자 축소에 맞춰 한국주식을 매도한다면, 2016년 중 매도 규모는 1조5천억원 정도로, 2015년 순매도 금액 대비 38%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국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30.65%는 지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보다 낮고, 2010년 PIIGS(남유럽 재정위기 국가) 사태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로, 외국인 수급공백이 큰 만큼 외국인 복귀시 매수 강도는 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저유가로 인해 산유국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일머니의 유출은 필연적이지만, 이와 관계 없이 유가가 반등하는 경우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개선되며 외국인 자금 수급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리딩투자증권의 김재호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가 해제되면서 원유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는 재료는 이미 다 노출된 상태"라며, "부진한 글로벌 제조업 지표 등을 감안할 때 수요 측면에서 유가를 견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여기서 추가적으로 공급 축소와 관련된 조치나 이벤트만 마련된다면 유가도 하방경직성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일본, 미국 등 : 경기부양 움직임

유럽과 일본에서는 경기 부양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오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QE)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상태다. 드라기 총재는 “경기하방 압력이 또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일본은행도 다음 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2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최근 시장 혼란이 경기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주시하고 있다"며 "물가 2% 상승 목표의 달성에 필요할 경우 주저없이 정책 조정을 하겠다"고 전했다.

유럽과 일본의 통화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의지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22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급등하며 환호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ECB 총재의 세계경제 소방수 역할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이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리딩투자증권의 김재호 애널리스트는 "ECB가 추가 부양에 나설 경우 미국과의 통화정책 괴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ECB의 추가부양은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강도의 부양책을 내놓았던 ECB가 3월에 과연 어느 정도의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또 그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정책수단이 고갈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결국 ECB 입장에서는 3월이 오기 전에 글로벌 금융시장 및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실질적으로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없게 되는게 최선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와 함께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급락의 실질적인 단초를 제공했던 위안화가 안정된 모습을 되찾고, 원유가격이 하락추세를 멈추게 된다면 자원수출 이머징 국가들의 외환사정 호전과 함께 금융시장도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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