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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中 서민 겨냥한 韓 기업…"콘텐츠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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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아모레,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中 시장 공략 '성공'

[장유미기자] "천산 지역에 오래 살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중국 상해 팍슨-뉴코아몰에서 만난 한 중국 기자는 몰려드는 쇼핑객들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며 이 같이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중국에서 평일 낮 시간에 백화점 안이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풍경은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북적인 곳은 동관 4층에 위치한 편집매장 '백토리'였다. 이곳에서 백화점 입점 브랜드나 해외 유명 브랜드, 이랜드 자체 생산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쇼핑객들은 매장 문이 열리자 마자 바로 이곳으로 달려갔다. 이날 백토리에선 야구점퍼 2벌을 199위안(약 3만6천500원)에 팔았다.

소문을 듣고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왔다는 루쉔옌(42) 씨는 "1층에 있는 제품은 기존 가격 보다 30% 정도 저렴한 것 같아 놀라웠다"며 "세련된 백화점과 아울렛의 느낌이 한 건물에 있는 것도 좋지만 생각보다 사고 싶은 제품이 많아 우리 동네 주변에도 이런 몰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중국 상하이 푸둥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 바바이반은 낮 시간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1층 화장품, 2층 여성복 코너에서 만난 쇼핑객은 1시간 여 동안 30명이 채 안됐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중국 유통업체들은 건물, 자본과 같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매장을 채울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약점"이라며 "우리는 6대 사업영역, 250개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소프트웨어'에 강해 중국 유통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바바이반에 있는 이랜드 브랜드들은 중국 현지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탓에 모두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 백화점 2층에 있는 90여 개 여성복 브랜드 중 매출 1~3위는 '스코필드', 'ENC', '로엠' 등 이랜드 브랜드가 모두 휩쓸었다.

이랜드가 이처럼 자신있게 중국 유통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은 바로 '샤오캉(중산층)'을 겨냥한 '콘텐츠' 때문이다. '의·식·주·휴·미·락' 6대 콘텐츠를 바탕으로 백화점 하나를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현지 유통기업들의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다.

이랜드가 중국 유통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첫 번째로 선보인 팍슨-뉴코아몰 역시 이랜드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서민을 겨냥한 제품들로 구성해 차별화를 둬 현지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상류층 중심의 기존 중국 백화점과 달리 명품 직매입 매장, 차별화된 외식 브랜드, 다양한 SPA와 편집매장, 키즈카페 등이 갖춰진 것이 이곳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팍슨-뉴코아몰은 이미 현지에서 '상해에서 꼭 가봐야 하는 유통매장', '가장 아름다운 백화점 톱1'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랜드는 자사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현지 유통업체의 하드웨어를 활용해 오는 2020년까지 100개 점포를 빠른 속도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롯데, 신세계 등 한국 유통기업들도 2000년대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하드웨어'만 치중해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실패했다. 이로 인해 적자 점포를 폐점하는 등 중국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외식 사업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서민층을 겨냥해 합리적 가격에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자연별곡을 론칭해 이를 앞세운 덕이다.

지난 15일 오후 5시에 방문한 자연별곡 중국 1호점 정따광창점은 방문한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입구에는 웨이팅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하루 1천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는 이곳은 월 평균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이랜드는 지난 15일 오픈한 천산점에 이어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자연별곡 매장을 200여 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왕시닝(27) 씨는 "한국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떡볶이나 닭갈비 같은 것들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특히 닭갈비는 매콤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접시에 가득 음식을 담았다.

이랜드 외에도 콘텐츠를 무기로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곳은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이곳은 2000년 상해에 현지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며 연평균 50% 가량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170여 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 '이니스프리'는 최근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소문이 나면서 20~30대 젊은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는 제주 헤리티지를 담은 원료를 제품으로 만든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어느 브랜드에서도 따라할 수 없는 유일무이 콘셉트를 가졌다"며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와 좋은 품질력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브랜드 중 가장 성장세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팍슨-뉴코아몰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은 제품을 구입하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9일 오픈한 이곳은 한 달 여만에 월 매출 2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샤오캉(중산층)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들은 최고의 제품을 반값으로 구입하길 원한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려는 중국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들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해(중국)=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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