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중국 게임산업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2015는 한때 한국 게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중국 게임이 정부의 비호 아래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필 수 있는 무대였다.
중국의 게임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손수산 부국장은 지난 달 29일 차이나디지털엔터테인먼트 콩그레스에서 "게임의 형태가 다양화됐고 온라인 게임, PC 게임, 모바일 게임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 등의 기술혁신으로 이용자들에게 완전히 다른 모습의 게임의 체험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차이나조이2015에 출품된 중국 게임들에게는 최신 기술의 흔적이 여실히 묻어났다. 특유의 조악한 그래픽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으며 스마트폰 등 특정 플랫폼 게임만 편식하는 한국과 달리 VR(가상현실), 온라인, 모바일 등 다각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외국 게임엔진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리 자체 개발 엔진을 당당히 출품한 회사도 있었다.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었다. 차이나조이2015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한 각종 콘솔 게임들의 전시의 한 축을 이뤘다. 2000년 청소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콘솔 게임기 유통을 금지했던 중국 정부가 15년 만에 해당 규제를 철폐하고 자국 내 콘솔 게임의 제작 및 판매를 전면 개방하기로 한데 따른 변화다.
중국 게임사들 역시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2015에 각종 콘솔 게임을 출품하며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응답한 것이다.
차이나조이의 발전상도 놀라웠다. 한때 부스모델만을 강조하던 선정적 면모는 온데간데 없고 게임 전시회다운 면모가 확연히 드러났다. 텐센트, 자이언트, 샨다게임즈 등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대규모 전시 부스를 꾸렸고 그 규모는 어디를 먼저 둘러봐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의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를 단순 마케팅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한국의 게임사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이같은 모습은 자연히 각종 규제와 억압 속에 짓눌린 한국 게임산업을 떠올리게 했다. 차이나조이2015는 중국 게임산업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깨닫게 했다. 한때 한국 게임을 수입하는데 급급하던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자체 개발은 물론 흥행 트렌드를 주도하는 위치에 이르게 됐다.
반대로 한국 게임사는 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상황에 처했다. 가르치던 입장에서 이제는 한 수 배우는 전세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차이나조이2015를 살피며 든 생각은 한국 게임 역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있지 말고 현 상황을 직시해 그에 맞는 답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달라진 중국 게임산업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의 흥행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게임을 연구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한국서 흥행한 인기 게임이라고 우쭐해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중국에 맞는 게임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인들은 더 이상 한국 게임을 맹목적으로 주목하지 않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