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의 흑역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원이 해킹 의혹 해명을 위해 로그파일 공개라는 유례없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이같은 과거의 의혹들로 인해 비판의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이른바 '댓글공작'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당시 국정원 인트라넷을 통해직원들에게 수년 간 정치에 개입하는 인터넷 활동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고, 국정원 산하 심리전단 직원 70여명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국내 여론에 개입하는 정치 댓글을 남긴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은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확정된 8월 20일 이후 박 후보를 지지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퍼날랐다. 2012년 한 해 동안 국정원이 퍼나른 것으로 알려진 27만여건의 트위트·리트위트 댓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선 국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갑작스런 혼외자 의혹으로 중도사퇴한 데다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을 공개비판한 박은재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도 좌천됐다.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팀을 지휘한 윤석열 여주지청장도 이후 항명을 이유로 징계를 거쳐 수사에서 물러났다.
◆靑·與 고비마다 구원투수 자처, 이번엔 무사할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도 논란이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여권은 국정원이 보관 중이던 회의록을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려 했다"고 반격에 나섰다.
국정원은 다음해 회의록의 비밀등급을 낮춰 그 발췌본을 갑작스레 공개했다. 원 전 원장이 댓글공작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정원에 위기가 찾아올 무렵이었다. 당시 대통령기록물보관소에서 회의록 원본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권은 '사초 폐기' 논란으로 댓글 정국으로 인한 불리한 여론을 돌파했다.
간첩조작 의혹도 국정원의 원죄로 빠짐없이 거론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경우 국정원 대공수사팀은 국내외 요원과 외부 협조자를 동원해 피고인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 등 핵심 증거를 위조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한 사건 관련 출입경 기록,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한 사실조회서, 정황 설명서에 대한 답변서 등 공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 확인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유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얻기 위해 유씨의 여동생을 협박·회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 씨는 간첩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반면 유 씨 사건 관련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직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해킹 프로그램 민간인 사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은 돌이키기 힘든 치명타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의 사용기록을 담은 로그파일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의혹 해명을 위해 기밀사항을 앞장서 공개한다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여야 정보위 소속 위원들이 오는 20일 협의를 통해 국정원 현장검증에 나서는 만큼 이번 의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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