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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업에 '놀아난' 전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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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0일 전자정부 사업을 집중 질타했습니다.

전자정부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정부 민원 서비스가 편리해지고 행정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샅샅이 뒤져보니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극심하고 기술적으로 미흡한 것도 많아 사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감사원은 "전자정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개통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지난해 6~9월 사이에 감사를 통해 해당 부처에 잘못된 점을 지적했으나 일부는 시스템 개통 때 개선됐지만 지적을 무시한 부처도 상당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1996년부터 국가정보화에 총 7조7천억원이 들고, 2001년 3월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산하에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뒤에 11대 중점과제에만 총 4천68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니,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허점도 많다는 뜻이죠.

특히 대법원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은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비슷한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을 별도로 전산 관리함으로써 연간 408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시정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520억원)을 구축하면서 당초 20개월로 예정된 사업기간을 무리하게 12개월로 단축하면서 사용자 교육과 시범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기능이 사용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전자정부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중복 투자와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국가의 전자정부 추진체계가 엉성하다는 지적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11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전자정부특별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었지만 중립성과 전문성, 또 지도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감사원은 '정보화추진위원회 산하에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정보화 사업 전담기관을 두어 국가정보화 사업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고 평가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가 CIO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국가 CIO가 관장할 기구의 중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도력이 떨어질 경우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중복 투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일선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18개 행정기관에서 2001년에 추진한 정보화 사업 182개 가운데 58.2%인 106개 사업을 전문성이 미흡한 행정직이 담당했다고 합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전산담당인력 1천459명 중 비전공자가 24.3%라고 합니다. 전담자가 1명 이하인 지방자치단체도 36개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이 밝혔습니다.

이래 가지고는 사업을 제대로 관리할 형편이 아니겠습니다.

실제로 감사원은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 작성에서부터 공정관리, 준공, 유지보수 등 시스템 구축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경향이 심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런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특히 공개 입찰을 거치긴 하지만 삼성SDS, LG CNS 등 유력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사업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있는 사업 따내는 것은 후진적인 영업이고, 업체가 기획하고 만들어낸 사업도 상당수에 이르며 그게 고급 영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발 업체와 특수 관계에 있거나 행정직 등 전문성이 없는 자가 기술평가에 참여해 정보시스템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불합리한 계약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기업 전문가에게 놀아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전자정부 사업에 대한 업계의 수익성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전자정부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남겼다는 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업체도 정부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업 기획단계에서 적절한 계획아래 적절한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되기 보다 기업과 정부부처의 이기주의에 의해 비합리적으로 사업계획이 수립되고 무분별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또 "전자정부 사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정보통신부 및 한국전산원도 전담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자리도 민간에 개방해 전문가 아웃소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자정부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조직을 갖추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을 주도하거나, 그러기가 힘들 바에는 민간업체에 전격적으로 아웃소싱을 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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