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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압박에도…여야 국조 합의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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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짓 하다 애들 죽이더니" 애끊는 성토에도 협상 지지부진

[윤미숙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은 27일 국회에서 기나긴 하루를 보냈다.

당초 이들은 오후 1시30분께 여야 대표와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오후 2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이 예정된 본회의를 방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이 불발됐고, 유족들은 분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 계획서에 증인 명단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절차상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한 뒤 특위에서 증인 채택을 논의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유족 앞에서도 "국회의 관행과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고수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여야에 중단된 실무협상을 즉각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정조사특위를 즉각 가동할 것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 대상과 증인, 자료공개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할 것 ▲국회의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형식과 무관하게 위 사항에 사전 합의해 본회의와 국정조사특위를 같은 날 개최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협상을 재개하면서 상황이 진전되는 듯 보였다.

오후 5시 50분께 여야 합의를 기다리던 유족들을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협상팀과 함께 유족들을 찾아와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심재철 의원을 물러나게 했다"는 다소 황당한 소식을 전했다. 앞서 한 유가족이 심 의원이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을 '사퇴 요구'로 오해한 데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유족들은 "우리가 언제 그런 요구를 했느냐. 빨리 협상이나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야당의 주장이 나와 유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급기야 유족들은 "밤을 새서라도 합의를 하라"며 여야에 다시금 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몇몇 유가족이 협상장 앞을 지켰다. "합의 안 하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이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특위 간사는 밤 늦도록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몇몇 유족들은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딱딱한 간이 의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기다리다 지친 한 유가족은 오후 9시께 회의실 문을 두드리며 "이러다 밤새겠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애들이 왜 죽었는데. 이 짓 하다가 애들 죽였잖아. 애들 3일 동안 살아 있었어. 협상한다고 밤새서 애들 죽인거야"라고 비통한 심경을 쏟아내기도 했다.

협상은 자정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팽팽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후 11시 30분께 유족들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오후 9시 이후 새누리당과 연락이 닿지 않아 논의를 거의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새누리당에 증인 채택 합의를 촉구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밤샘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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