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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SI 덤핑 수주의 구조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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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통합(SI) 업계 사장단은 회동을 가질 때마다 ‘덤핑’을 자제하자고 합의하곤 합니다. SI 등 SW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 값 받기’가 최대 현안인데 ‘덤핑’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의 합의는 매번 무의로 끝나고 맙니다. 좀처럼 덤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잊을 만 하면 또 다시 물의가 일곤 합니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먼저 가격 형성 구조부터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정부가 고시한 SW 사업 대가의 70~80% 사이에서 SI 프로젝트 예가가 형성된다고 합니다. 입찰에 들어가면 다시 이 예가의 70~80% 사이에서 수주 가격이 결정되지요. 그래서 얼마전 한국전산원이 밝힌 대로 실제 프로젝트 계약 가격은 정부가 고시한 SW 사업 대가를 기준으로 할 때 50~60% 사이에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게 관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덤핑은 관행인 예가의 70~80%보다 훨씬 싸게 사업 제안가를 써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삼성SDS 컨소시엄은 국방부가 발주한 예가 10억6천만원의 '국방 군수 정보체계 통합 개념 연구 사업' 입찰에서 절반인 5억3천만원을 써냈습니다.

관행에 따르면 최소 8억원 이상을 써내야 하는 것이지요. 경쟁 컨소시엄이 9억5천만원을 써낸 것에 비하면 덤핑 비난을 들어도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덤핑의 유형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가지가 있는데 ‘컨설팅 덤핑’과 ‘본 사업 덤핑’입니다.

정부가 발주한 대형 SI 프로젝트는 대개 전산 시스템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먼저 한 뒤 실제 구축 사업을 하게 됩니다. 본 사업인 실제 구축 사업도 여러 차례로 나누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형 SI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컨설팅 사업을 먼저 수주해야 합니다. 컨설팅 사업을 수주하면 본 사업 수주 가능성도 그만큼 큰 거죠.

‘컨설팅 덤핑’이 극심한 구조적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SDS 컨소시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사업은 일종의 컨설팅 사업으로 향후 본사업에는 302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습니다.

삼성 컨소시엄은 향후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컨설팅 사업을 헐 값에 수주한 셈이지요. 더 극단적인 예도 있습니다. 포스데이타 컨소시엄은 역시 국방부가 발주한 메가센터 건설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단돈 10원에 따낸 바 있습니다. 사실 거저 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본 사업에서 본전을 찾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발주 사업의 경우 컨설팅 프로젝트를 철저히 독립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컨설팅이 본 사업의 입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컨설팅 결과물을 완전히 공개해야 합니다. 특히 컨설팅 업체와 실제 구축 업체가 다를 경우 컨설팅 결과물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본 사업 수주 업체가 실제 사업에 굉장히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처음부터 작업을 완전히 새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컨설팅 수주 업체는 결과물을 발주 기관에 넘기고 그 결과에 대한 노하우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후속 작업이 순조롭기 때문이죠. 당연히 컨설팅 대가가 그만큼 현실화하는 게 선결과제입니다.

이에 비하면 본 사업 덤핑은 좀 더 ‘막가파식’입니다.

컨설팅 덤핑은 컨설팅에서 손해 보더라도 본 사업에서 본전을 뽑겠다는 전략이라도 숨어 있습니다. 본 사업 덤핑은 그렇잖습니다. 무조건 따고 보자는 식이죠. 손해 보는 게 기정 사실입니다. 외형 확대만 생각하기 때문이죠.

얼마 전 현대정보가 수주한 강원랜드 사업이 그렇습니다.

현대는 이 사업을 67억원에 수주했습니다. 강원랜드가 산정한 사업 규모는 130억원 가량입니다. 경쟁업체가 써낸 가격은 110억원 가량이지요. 사업 효율성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사실이 너무 뻔합니다.

매출 확대를 위해 무조건 따고 보자는 심산이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외형은 커지겠지만 속으로 곪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 뻔해 보입니다.

이런 막가파식 덤핑은 현실적인 대안도 없을 정도입니다.

'상도를 지키자'는 구호만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지요.

지금 SI 업계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SW 사업 대가 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값을 받기’ 위함이지요.

그러러면 먼저 업계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 값을 깎는 건 SI 업계 스스로 아니냐.”

정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업계가 “아니다”고 대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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