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두 부자의 '우울한' 크리스마스

[장유미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전 제일비료 회장)가 암 재발(전이)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병과 송사에 얽힌 두 부자(父子)가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아버지인 이맹희 씨는 암이 폐에서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 기관)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유산소송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또 아들인 이재현 회장은 건강 악화로 부인으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과 24일에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재판이 연달아 이어져 송사에 얽힌 삼성가 종가(宗家)의 우울한 연말을 실감케했다.

CJ그룹과 변호인에 따르면, 이맹희 씨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정기 검진을 받던 중 부신으로 암이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는 도쿄 모 병원에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4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전 폐에서 발생했던 악성종양이 혈액을 통해 전이된 것으로 보이며 83세의 고령으로 수술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면서 "이 씨는 지난해 말 일본에서 폐암 판정을 받고 수술로 폐를 3분의 1가량 절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은 부인 김희재 씨로부터 지난 8월 신장이식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후 감염 우려에 따라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투병 중에도 지난 17일에 이어 23일 법정에 직접 출두했지만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됐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오전 재판 도중 조기에 퇴정했다.

이 회장은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여 받고 있어 면역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있는 상태다. 또 첫 재판 출석후 감기증상 등 극도의 피로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맹희 씨는 최근 아들의 검찰 수사와 투병 소식을 접하고는 자신 때문에 아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고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