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이 계열간 사업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달새 제일모직,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 양수도 및 분할, 지분 확대 등 행보가 숨가쁠 정도다.
삼성측은 이들 사업조정이 주력사업의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일각의 후계 구도 작업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조정이 특정 계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단순한 사업조정의 성격을 넘어 3세 경영체제를 위한 사전정지작업 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리와 명분 두가지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업재편, 삼성에버랜드-삼성SDS 집중… 왜?
최근 일련의 사업조정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특정계열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이의 배경에는 두가지 시각이 가능하다.
먼저 두회사의 개인 최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인데다,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번 사업재편이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과세 회피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삼성에버랜드의 삼성 내부 거래 비중은 46.4%에 달한다. 올해 부터 적용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에 따른 증여세 부과대상이다.
해당 법상 올해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의 지분율 3% 초과 총수 일가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최근 제일모직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패션사업을 양도받으면서 전체 매출 규모를 키웠다. 당장 양수도로 내부거래 비중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E&A 사업 중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면서 비중은 더욱 축소,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최근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으로 내년 시행되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부담도 크게 덜게 됐다. 삼성SDS와 삼성SNS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8.8%와 45.69%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두 회사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0%와 55%에 달할 정도로 높다.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총수 단독 또는 일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삼성SDS의 경우 일가지분이 17%선이어서 일찌감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삼성SNS는 이번 합병에 따라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삼성SDS의 경우 여전히 상속증여세법 대상으로 남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합병으로 삼성SDS 지분율을 기존 8%선에서 11% 까지 늘리는 것을 감안하면 과세에 따른 부담보다 지분률 상승에 따른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재벌에 대한 규제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등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는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기는 셈이다.
◆계열분리 감안한 포석?… 후계구도 '촉각'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경우 다른 계열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들이 골고루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최근의 계열 및 사업재편이 집중되는 것을 두고 후계구도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인 사실상의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3%를 소유하는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 25%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8.37%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SDS도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8.8%로 개인 최대주주로 역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4.2%씩을 보유하고 있다.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앞두고 이들이 보유중인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열 분리 등을 감안한 정리 작업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 이다.
당장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인적분할 대신 관련있는 사업끼리 양수도나 물적분할을 거쳐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령 에버랜드가 양수한 패션사업이나, 이번에 물적분할 된 급식 및 식자재사업(FC)은 향후 별도 분리나 호텔신라 등과의 합병 작업 등을 통해 각각 이서현 부사장, 이부진 사장이 맡는 형태로 정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의 후계구도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소재 및 금융을, 이부진 시장은 호텔신라와 화학,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나눠갖는 형태를 유력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구도를 위한 지배구조의 변화는 3세의 역할 확대에서 비롯된다"며 "최근일련의 사업 재편 및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의 역할 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이의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전자소재나 패션, 바이오 등 계열별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3세 경영을 위한 성과 마련의 필요성 등을 감안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현 추세라면 2015년이면 (후계구도)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은 제일모직, 코닝과의 지분 양수도 등을 통해 전자소재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전자 부품 소재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이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분야.
에버랜드도 사업 재편을 통해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나 의료기기 등 분야는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의료기는 삼성전자(삼성메디슨)가, 또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0%씩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계열별 사업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벌써부터 올 연말 사장단 인사 등 그룹 인사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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