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장유미, 박웅서기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대신 소재사업에 주력한다. 삼성에버랜드는 기존사업에 패션사업을 접목, 종합 문화기업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삼성그룹의 모태기업과 사실상의 삼성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 양수도 배경 및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3일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양도가액은 총 1조500억원으로 제일모직은 향후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모두를 에버랜드에 이관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이번 사업 양도로 확보된 재원을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소재-에버랜드 문화기업 육성
이번 발표에 따라 제일모직은 지난 1980년대부터 진행해 온 패션 사업을 모두 접게 됐다.
지난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직물사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패션사업, 1990년대 케미칼사업에 진출했으며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특히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을 합병하는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또,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앞으로도 제일모직은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모직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핵심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다.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패션사업 인수로 건설과 리조트, 패션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기업으로 발돋음 하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글로벌 디자인 역량을 기존 사업에 접목, 사업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특히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하면 패스트 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 새로운 시너지 창출도 기대되는 것.
삼성에버랜드 김봉영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계구도 속도? 연말 조직개편'촉각'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패션사업 양수도는 양측이 소재기업 육성 및 종합 문화기업 등 성장 모멘텀 마련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왔다는 점에서 사업간 조정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등 윈윈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실제 제일모직은 이미 소재사업 비중이 전체의 70%를 웃돌고 있는 반면 패션사업 비중은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에버랜드 역시 기존 건설, 리조트 사업 등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 이번 패션사업 인수를 통해 지난 연말 기준 매출 5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패션사업 매출 규모가 작년말 기준 1조7천억원으로 기존 에버랜드의 핵심사업인 건설의 1조4천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향후 에버랜드는 패션과 건설을 양대 축으로 단체급식, 리조트 사업을 겸하는 종합 문화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패션사업 양수도로 제일모직은 전자재료, 케미컬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또 에버랜드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사업 확보 등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이를 설명했다.
삼성은 올 연말 사업양수도를 마무리, 이에 따른 후속 조직개편 및 인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이후 행보도 주목된다. 당장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윤주화 사장의 거취도 관심사.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사업 양수도에 따라 기존 패션사업을 지휘해온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삼성에버랜드 경영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의 역할 변화.
후속 조직개편 등을 통해 이서현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의 패션사업을 계속 맡게 될 지 등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조정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 삼성가 3세의 후계구도를 감안한 포석이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지분 변화 등이 없다는 점에서 이같이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관측이 높다.
실제로 올 반기 기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양수도에 따른 별도의 지분변화는 없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간 시너지 제고 등을 위한 사업조정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번 사업 조정에 맞춰 제일모직이나 에버랜드의 조직변화 및 사명 변경 등도 예상되는 대목. 제일모직의 경우 패션사업을 정리하는 만큼 소재기업에 걸맞는 사명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버랜드의 경우 패션사업은 기존과 같이 별도 조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명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나 필요하다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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