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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상파-에어리오 '재전송 공방',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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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기자] '클라우드 지상파 방송 전송 대행'이란 신개념 서비스로 미국 방송가를 뒤흔들고 있는 에어리오가 또 다시 승리했다. 1심과 항소법원에서 승리한 데 이어 항소법원 전원재판부 역시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연방 제2순회항소법원은 16일(현지 시간) 전원재판부에서 에어리오 항소심 판결을 재검토해달라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요청을 10대2로 기각했다. 전원 재판부 재심리를 통해 지난 4월 항소심 패소를 뒤집으려고 했던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지상파 재전송'을 둘러싼 사상 초유의 법정 공방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판이 나게 됐다.

◆재전송이냐 방송수신 대행이냐

에어리오는 지난 해 3월 뉴욕시를 시작으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지상파 방송 전송 대행'이란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어리오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ABC, CBS, NBC, 폭스 등 미국 4대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총 27개 채널을 유료 서비스한다. 가입자들은 ▲하루 이용제 ▲두 가지 형태의 월 요금제 ▲연간 요금제 중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에어리오의 첫 번째 경쟁 포인트는 요금이다. 연간 회원으로 가입하더라도 요금이 80달러 수준밖에 안 된다. 유료TV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요금제에 따라 DVR 저장 공간을 최대 40시간까지 부여해주는 점 역시 매력 포인트다. 원하는 방송을 녹화한 뒤 나중에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하던 에어리오는 올 들어 뉴저지와 코넥티컷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올 연말까지는 미국 내 22개 도시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것이 에어리오의 계획이다.

이처럼 영향력을 급속히 키워나가자 ABC, NBC, CBS를 비롯한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재전송료를 내지도 않고 서비스를 했다면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게다가 케이블 사업자도 아닌 에어리오가 재전송 서비스를 한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 방송법에서는 케이블사업자에 한 해 재전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해 7월 1심 재판부가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제2 순회항소법원도 지난 4월 같은 판결을 내렸다. 에어리오의 서비스는 지상파 재전송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공적 실연이냐 사적 사용이냐

언뜻 보기엔 에어리오의 서비스가 명백한 저작권 침해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어리오의 서비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에어리오 서비스의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 지상파 수신용 안테나를 대거 구비한 뒤 서비스에 가입한 개인들에게 하나씩 할당해준다. 그런 다음 수신한 방송 콘텐츠를 IP 신호로 변환한 뒤 개별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쏴 주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어리오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지상파 재전송이 아니라 '방송수신 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정에선 이 부분을 놓고 에어리오의 서비스가 '공적 실연(public performance)'이냐 '사적 사용(private use)'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공적 실연은 통상적인 재전송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수신한 뒤 그것들을 한 데 모아서 불특정 다수에게 한꺼번에 쏴주는 방식이다. 이런 서비스를 할 경우엔 당연히 원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재전송료를 내야 한다.

에어리오의 경쟁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이다. 에어리오는 방송 패키지를 한꺼번에 쏴주는 대신 개인별로 별도로 안테나를 할당해주는 방식이다. 위 그림의 '개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운영된다.

결국 법원도 '사적 이용'이라는 에어리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안테나를 설치해서 지상파 방송을 공짜로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에어리오의 서비스 역시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번 판결에선 케이블비전이 방송사들과 벌인 이전 법정 공방이 중요한 판례로 작용했다. 당시 케이블비전은 "개인적 용도로만 이용자 스스로 콘텐츠를 복제 및 전송할 경우엔 공공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독자적 사본' 에어리오 주장 타당성은?

이번 공방에서 또 다른 쟁점은 '독자적 사본(unique copy)'이란 개념이다. 법원은 에어리오가 송신한 것은 '독자적 사본'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방송사들의 작품을 공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부분은 대법원으로 계속 이어질 공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전망이다. 방송사들이 저작권 침해 판결을 받아내려면 에어리오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공연'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연에 해당되는 지 판단하기 위해선 전송되는 것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공연이 성립되려면 동일한 콘텐츠를 다수에게 한꺼번에 쏴준다는 점이 인정돼야만 한다.

하지만 1심과 항소법원은 에어리오가 '공연'을 한 게 아니라 개별 이용자들에게 '독자적인 사본'을 전송한 것으로 봤다.

에어리오 가입자들은 브루클린에 있는 에어리오 데이터센터에 개별 안테나를 하나씩 확보하고 있으며, 이 안테나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송신받아 왔기 때문에 공연이 아니란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의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준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폭스와 CBS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지상파로 전송하지 않고 유료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케이블사업자인 타임워너 케이블은 아예 에어리오와 유사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케이블업계에 저가 패키지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물 재전송은 공적 전송으로 봐야" 소수의견도 주목

이번 소송은 당연히 대법원까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에서도 에어리오 쪽의 손을 들어줄 경우엔 방송 서비스 모델 자체가 크게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대법원의 판결을 섣불리 점치긴 힘들다. 다만 항소법원에서 소수 의견을 제기한 데니 친 판사의 논지를 살펴보면서 간접 유추해 볼 순 있다.

항소심과 이어진 전원 재판부 결정에서 데니 친 판사는 일관되게 방송사 쪽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친 판사는 일단 '독자적 사본'을 개인적 용도로 전송해줬을 뿐이라는 에어리오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전송할 경우 공적 전송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케이블비전 판례 역시 잘못됐다는 게 친 판사의 입장이다. 그는 또 한 발 더 나가 설사 케이블비전 판례가 올바른 것이라 할 지라도 에어리오 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 판사는 또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전송료 수입'을 올리는 것도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는 쪽이다. 최근 들어 케이블 및 인터넷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면서 지상파 방송사들도 재전송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선 항소법원의 전체 논지와 친 판사의 소수의견을 놓고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독자적 사본'을 '개인적 용도로 전송'했다는 에어리오의 주장이 잘 먹혀들었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해 좀 더 보수적인 대법원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결국 '에어리오 소송'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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