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 SK(주) 회장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횡령금이 변제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개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10차 공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08년 10~12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된 450억원을 갚기 위해 2009년 미래저축은행 등에서 여러 지인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갚았다"며 "횡령금 변제는 최 회장의 보증 아래 만든 최 부회장의 돈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국 최태원 피고인이 최재원 피고인을 통해 증인에게 자금을 조달토록 한 것"이라며 "(450억원 횡령금의) 변제 역시 최태원 회장 돈으로 한 것 아니냐"며 최 회장의 횡령금 변제 과정개입에 대한 의혹을 내비쳤다.
그동안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이 펀드 출자와 선지급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선지급된 베넥스 펀드 출자금 450억원의 변제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원홍 전 SK 고문간 개인 거래였다"며 "최 회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특히 "최 회장이 펀드 출자와 선지급에는 관여했지만, 송금 사실만 몰랐다는 것은 초자연적인 현상이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최 회장이)정말 무죄라면 이 부분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추궁했다.
재판부가 최 회장 측 주장에 대한 불신을 거듭 드러냄에 따라, 기존 진술까지 번복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최 회장의 항소심 결과가 반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최 회장 형제 등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잇따른 진술 번복에 항소심 핵심 증인인 김 전 고문의 증인 출석도 성사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SK그룹과 변호인들이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대응전략을 사전 모의한 정황들도 드러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4일 8차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이 횡령혐의를 감추기 위해 항소심을 앞두고 김 전 대표와 사전전략을 교환한 정황이 담긴 접견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대표의 계속된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검찰조사에서 한차례 진술을 바꿔 최 회장의 펀드 선지급 관여사실을 인정하다가 왜 다시 본인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느냐"며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28일 결심 공판을 마지막으로 변론을 종결하고, 관련 기록 검토를 거쳐 8월 중 선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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