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는 죽는다"
삼성전자 애니콜그룹에서 'MITs 사업팀'을 총괄하고 있는 김행우 상무가 던진 말입니다. MITs 사업팀은 삼성전자 애니콜그룹에서 최근 011용으로 내놓고 있는 PDA 폰 'SCH-M330' 등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부서이죠.
김 상무의 이 발언을 좀 더 정확하게 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스티븐 잡스라는 천재가 휴대폰과 경쟁하는 PDA는 죽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인용하면서 "앞으로 MITs 사업팀에서 내놓는 우리 단말기를 PDA폰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죠.
그는 "우리 단말은 전혀 새로운 컨셉이기 때문에, 앞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MIT(모바일인텔리전트터미널)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김 상무가 던지는 말에 상당히 의미심장한 행간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세계 CDMA 휴대폰 진영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폰과 PDA의 복합기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간 이 시장을 일궈 온 국내 PDA 전문 벤처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선전포고'라는 해석입니다.
소년팀과 대표팀 간의 경기에 앞서, 대표팀이 소년팀에게 던지는 '조심해'라는 경고 메시지로 해독했다면 과한 걸까요.
기자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국내 PDA 전문 벤처들은 휴대폰 강자의 시장 진입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논리 중 하나가 '기동성'입니다. '헤비급의 휴대폰 업체와 라이트급의 PDA 전문 업체가 '동시에 뛰어갔을 때, 누가 먼저 중간 지점에 도착하겠는가'란 질문을 한 뒤, '향후 1~2년 동안 당연히 몸집이 가벼운 라이트급이 먼저 도착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또 하나의 논리는 '휴대폰 업체가 시장에 들어와도, PDA 전문 업체들에게는 앞으로 1~2년 동안은 각자 살아갈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는 땅덩어리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최근 PDA 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애니콜그룹의 움직임을 지켜 보면, 이 같은 PDA 전문업체들의 논리가 현실감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선, 애니콜그룹이 011용으로 내놓고 있는 M330 모델에 이어 오는 11월에 또 다시 선보일 M400 모델의 면모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M330은 휴대폰색깔이 강하게 녹아 있는 바 타입 기종입니다.
반면, M400 모델은 기존의 PDA 전문 업체가 내놨던 PDA 폰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 좀 더 PDA 색깔이 강한 기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PDA 중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클리에 기종과 닮아 있죠.
이 모델의 존재는 '휴대폰 강자가 틈새시장을 남겨 놓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논리를 허물고 있습니다. 즉, 애니콜그룹은 틈새시장도 챙기는 '틈새 메우기' 전략을 구사한다는 겁니다.
또 애니콜그룹이 미국 CDMA 사업자 '스프린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조만간 공급하는 'i500' 'i600'의 면모를 보면, PDA 전문벤처들에 비해 6개월 이상 먼저 '폰과 PDA의 결합'을 이뤄낸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모델을 국내 PDA 전문 벤처들은 내년 상반기중에나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라이트급이 헤비급에 비해 더 빨리 중간지점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논리가 현실감이 없어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처럼 애니콜그룹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PDA 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국내 PDA 전문 벤처들 가운데에는 '위협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 업계 한 전문가는 이와관련, "애니콜그룹 등이 당초 예상에 비해 PDA 사업을 훨씬 빠르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PDA 전문 벤처들이 성장 기반을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하면, 휴대폰 강자에 밀려 시장에서 도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앞으로 휴대폰 강자의 진입은 더욱 잦아질 겁니다. 휴대폰 진영에는 PDA 사업의 시동을 건 '선수'가 이미 여럿 있는 것으로 감지됩니다. 이는 내년 하반기에는 PDA 폰 시장이 성장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죠.
여하튼, PDA 폰 시장이 성장할 수록, 국내 PDA 전문벤처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PDA 벤처의 응전이 주목됩니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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