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요? 이미 각오하고 있는 일입니다. 품안의 가입자를 뺐기는 것보다 차라리 낫습니다. 영업정지당하면 우리만 피해입는 것 아니잖아요?"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최근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 을 지급,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보조금 지급은 이동통신 3사 모두 '영업정지'라는 극한 상황까지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이동통신 3사에 사상 최대액수인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또 보조금을 뿌렸으니 영업정지 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이동통신 3사가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데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 배경은 무엇일까요.
국내 이동통신 시장현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3천100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됐습니다.
이같은 규모는 신규 시장은 이제 바닥이고 타업체 가입자를 뺏아오는 시장만이 남아있다는 의미입니다. 특정업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신규가입자 보다는 경쟁업체의 가입자를 고스란히 넘겨받게 된다는 겁니다.
이같은 시장구조가 영업정지라는 극한 상황을 각오하고서 보조금을 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선 대리점의 설명도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오면 먼저 묻는 것이 단말기 가격"이라며 "가격을 말해주면 '다른 사업체 대리점은 더 싸게 팔던데'라며 문을 나서고 만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단말기 가격에 따라 기존 사업체를 버리고 경쟁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이동통신업체 3사로 하여금 보조금 지급을 강행하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한 이동통신업체의 판매기획팀측은 "영업정지를 당하더라도 우리만 당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3사가 모두 똑같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보조금 지급이 문제되자 이동통신업체들은 '낯뜨거운 한편의 드라마'도 연출했습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보조금 지급 문제가 제기되자 "단말기 저가판매 행위를 하는 대리점에 대해 집중단속에 나서겠다"는 자료를 배포한 것이죠.
두 업체는 "대리점들 스스로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한 자가발전 행위였다"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스스로 반성하기 보다는 '자식을 잘못둬 이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너그럽게 봐달라'라고 읍소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신위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통신위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미 '영업정지'를 각오하고 있어 큰 충격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와 관련된 법제화를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조금 금지 법제화는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중입니다. 조만간 차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제화가 이뤄지면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는 자연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