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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ICT 키우겠단 생각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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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의원 "생태계 조성 주력, 마중물 역할해야"

[강은성기자] 지난 1월 열린 한 토론회에 '국회의원' 한 사람이 축사를 하려고 나왔다. 이날 행사는 현 정부의 ICT 분산책이 잘못됐다는 비판과 함께 전담부처 설립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된 토론회였다.

국회의원이 행사에 참여한다 하면 형식적인 축사 몇마디를 던지고 사진 한번 찍은 뒤 사라지기 일쑤다. 하지만 그는 6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메모를 하며 의견을 경청했다.

국내 ICT 발전을 위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 여당 소속이지만 현 정부와 새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원. 초선 여성의원이면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변재일 민주통합당 정책의장과 함께 국회 'ICT전문가포럼'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은희 의원을 아이뉴스24가 만났다.

그는 지식경제부를 관할하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지경부가 에너지나 자동차 등 굵직한 산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관심을 기울였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곧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며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지식경제부는 소프트웨어 진흥에 전력을 기울이질 못했다"고 일침을 가한다. 지경부의 업무가 방대하다보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점도 지적한다.

-ICT 전담부처 설립을 제시하셨던 입장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어떻게 보십니까?

"ICT 전담부처가 아닌 미래창조과학부의 전담차관제 소속으로 통합되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하지만 다수 부처(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에 흩어진 ICT 정책기능을 전담차관제 소속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미래부의 '과학'이라는 범위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기초과학, 응용과학 뿐 아니라 기술, 엔지니어링, 산업까지 포함하는 것으로요. 그렇게 한다면 미래부에 ICT 기능이 포함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당선인의 조직철학을 믿고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과 정보통신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 관점의 과학기술정책과 중단기적 관점의 ICT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사실 과학기술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는 그 성격이 엄연히 다릅니다. 과학기술이 기초를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연구인 반면, 정보통신은 응용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분야라 시너지가 창출될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연결고리는 융합에서 찾아야 합니다. 창조경제라는 하나의 목표 하에서 두 가지 정책수단으로 ICT와 과학기술 간 역할 분담이나 분업 체제를 잘만 고려한다면, ICT 기반으로 BT, NT, CT 등의 융합은 물론 타 산업과의 접목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클 수 있다고 봅니다. ICT를 과학기술의 인프라나 부품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되겠지요. ICT를 산업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활성화 시키면서 과학과 ICT라는 두 개의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해 새 부처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실 지경부도 소프트웨어에 대해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문제가 생기면 단기 처방 위주로 신경을 쓴 측면이 많았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가 지적한 것도 대부분 이러한 내용들입니다. 지속적으로 한 산업을 지켜보고 있어야 정확히 문제가 뭔지를 찾아내고 제대로 된 처방도 할 수 있거든요.

새 부처는 하드웨어(제조업) 일변도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방향성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은 조금 경계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정통부가 만들어지고 한 10년 '정보화'라는 목표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우리의 하드웨어와 인프라가 세계 최강이 된 경험을 봤을 때, 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화두로 삼아 또 다시 10년의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함을 경계하라, 매우 인상깊은데요. 사실 정부가 '진흥'을 하려다보면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대단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과거처럼 그냥 예산만 쏟아 붓거나 정부가 주도하려는 정책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무작정 나서서 산업을 주도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미래부에서 '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단말'을 모두 총괄하게 되면서 관련 진흥책에 대한 기대도 높은데요, 이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은 정부가 아닙니다. 청년들의 빛나는 아이디어, 벤처기업의 놀라운 기술, 기업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장과 산업을 알아서 발전시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같은 생태계가 유지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과 영세 콘텐츠 기업 간 공쟁 경쟁이 이루어지는가 감시하고,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가 하는 진흥은 이 토양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산업이 잘 되도록 필요하면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이죠.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할 수 있을 것이고 미래부는 그를 지원하는 '지원 부처'가 돼야 합니다."

-토양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벤처정신, 창조적인 아이디어. 이런 것들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자산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벤처는 원래 다 성공하는게 아닙니다.

이들은 사업가도 아닙니다. 학생일 수도 있고 엔지니어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아이디어 하나, 기술 하나만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현재 환경은 어떤가요. 사재를 털고, 집을 담보 잡히면서 굉장히 큰 리스크(위험부담)를 지고 사업을 합니다. 그러다가 망했을 때는 또 어떤가요. 그 뛰어난 아이디어나 기술이 그냥 사장돼 버리고 맙니다. 이것이 국가의 손실이라는 겁니다.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하나가 쌓이고 융합될 때 비로소 폭발적인 영향력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망해도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다면 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터전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부가 '망하지 않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더 좋겠지요.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벤처사업가들에게 전문 경영 툴을 지원하고, 자기 인맥으로 어설프게 영업하는 1인 기업가에게 마케팅 솔루션을 지원하는 겁니다."

-새 정부에서 그같은 일을 체계적으로 이룰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그를 위해 저 역시 '기술거래센터'를 제안 했었습니다. 이는 당선인도 공약으로 내세우신 부분인데요, 개발자의 어떤 기술이나 상품, 소프트웨어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사업화가 어려울 때 이를 거래센터에 맡기는 것이죠.

만약 그 기술의 가치가 1억원 가량이다. 그러면 먼저 3천만원 정도를 받고 거래센터에 등록해 두고, 거래가 일어나거나 수출이 됐을때 추가 이익을 개발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애를 써서 만든 제품이나 솔루션을 필요한 기업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자에게는 부담 줄여주는 것이 기술거래센터의 취지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영세 벤처기업의 기술을 도입하는데는 위험부담이 따르는데, 거래센터를 통하면 일종의 '보증'이 되니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터가 열리는 것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벤처기업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 스토리들이 하나씩 나올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 되면서 붐으로까지 이어져 나가길 소망해 봅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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