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기자, 김영리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미래창조과학부와는 별개로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학부처 설치와 더불어 ICT 부처 설치를 공약함으로써 ICT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은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통신 가입비 폐지, 단말가격 인하 등을 약속하며 통신산업 전반에 파장을 예고했다.
박근혜 후보는 30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센터에서 열린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하는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세계 최고 ICT 강국 비전 실현을 위한 5대 전략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전담부처 설치를 포함, IT 최강국을 위해 건강한 정보통신 생태계 조성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구축, 콘텐츠 산업의 집중육성,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미디어 산업 핵심으로 육성, 통신비 부담 완화 등 5대 공약을 제시했다.
◆과학과 별도 ICT 전담부처 설치
우선 박 후보는 정보·통신·방송·미디어 관련 정책 기능을 통합·관장하는 전담부처 신설을 강조했다. 전담부처의 역할과 방향은 규제 기관보다는 정보·통신·방송·미디어 분야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후보는 "100만 ICT 종사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변이 넓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가 얼마든지 ICT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 분야의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정보통신 생태계 발전과 창조경제 기반 구축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ICT 산업을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정보·통신·방송 관련 정책 기능을 통합 관장하는 전담 부처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에 포함, 과학분야를 홀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IT 산업진흥 부처인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를 지식경제부로, 보안 등 일부 분야는 행정안전부로 떼어내면서 ICT 성장동력 산업의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임베디드 SW 분야육성, 산업전반의 ICT 도입이라는 취지에 따라 부처 기능분산에 대해 적절했다는 평가가 없지는 않지만, 부처기능조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부처이기주의나 IT 산업에 대한 상대적 무시의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박 후보의 ICT 전담부처 설치 공약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후보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을 산업 전반에 접목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의 창조 경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다 박 후보는 응용기술의 성격이 강한 ICT와 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등 성격이 다른 두 분야를 합친 새 부처의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에서 별도 부처 신설을 검토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날 창조경제론의 개념을 다시 한번 설명하며 "제가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한 축은 과학기술이고 다른 한 축은 정보통신 기술"이라고도 언급하고 "중단기적으로는 ICT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창조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식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윤창번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추진단장은 "ICT 전담부처의 앞으로 방향은 그동안 존재했던 칸막이들을 들어내고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라며 "규제 보다는 산업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구상하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통신 가입비 폐지, 단말가격 인하 추진
통신분야에서 눈길을 끈 것은 통신 가입비를 없애고 단말가격을 내리겠다는 통신비 인하 공약이다.
박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늘어나는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며 "인하를 위한 경쟁의 지속확대,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방통위 요금인가 심의과정 공개, 스마트폰 가격인하, 이용자 보호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내걸었지만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 시대로 진입하면서 오히려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결국은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위해 추진한 제 4 이동통신사 설립추진도 임기 내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의 통신정책 브레인으로 활동중인 윤창번 국민행복추진위원단장이 눈길을 끈다. 윤창번 단장은 이날 휴대폰 가격과 관련,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유통체계를 조정하고 과다 보조금이나 이용자 차별을 개선해가면서 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그는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한국과학기술원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통신산업에 정통한 전문가로 분류된다.
◆건강한 ICT 생태계 필요성 인식
박 후보는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활성화 환경 조성, 방송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그는 "창조경제론의 한 축이 ICT 기술인데, 그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며 "이 부분은 정부가 선도해서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는 하드웨어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ICT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균형을 이루도록 많은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아이폰이 국내시장에 상륙하기전까지 국내 ICT 산업에서 SW 분야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분야였다. 애플의 앱스토어 생태계 전략은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ICT 산업정책에 치명타를 안기며 통신·스마트폰 시장을 흔들었다.
정부는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ICT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생태계 복원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역부족이다.
박 후보의 건강한 ICT 생태계 조성 공약은 이같은 현실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태계 복원은 중소 개발사들과 대기업의 상생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어떠한 세부 실천전략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창업 활성화 환경 조성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티켓몬스터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ICT 산업이 청년 고용 창출을 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은 이러한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청년들의 창업 실패에도 우리 사회가 관용을 베푸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점과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방송 산업의 경쟁력은 콘텐츠에 달려있다"며 "방송 분야 역시 창조 경제의 중요 분야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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