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8일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려 했으나 유족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당초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전태일 재단을 방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 연단에 헌화하고 유족들과 환담할 예정이었다. 박 후보 측은 박계현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과 접촉해 이 같은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후보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전태일 열사 유족과 쌍용차·기륭전자 노조원, 시민단체 등 20여명이 입구를 봉쇄한 채 취재진의 진입을 막았다.
이들은 각자 손에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 외면하면서 전태일 정신 이야기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 '일년상도 지나지 않았다. 이소선 어머니가 왜 거부하였는지 모르는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였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성명을 통해 "박 후보의 방문 자체가 너무 일방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전에 유족 측과 어떤 협의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전씨는 "전태일 정신 없이 전태일 재단에 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이 나라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쌍용차 22명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를 방문하고 쌍용차 문제부터 해결한 후에 오시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10시 20분께 전태일 재단 앞에 도착한 박 후보는 박계현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제가 오늘 불편하게 해드린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만 가야 될 것 같다. 다음 기회에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 다리'로 향했다.
박 후보는 '전태일 다리'에서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참배하고 평화시장 앞 전태일 열사 분신 장소에 서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70년 7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치며 이곳에서 산화하다'라고 적힌 동판을 한동안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를 안내한 김준용 국민희망포럼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박 후보는 "꼭 그렇게 하겠다"며 "오늘 못 뵌 분들에게도 뜻을 전해주시고 유족들에게도 전해주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도 전태일 재단 앞을 봉쇄했던 쌍용차 노조원들이 박 후보가 전태일 동상 앞에 헌화한 꽃다발을 발로 차거나 던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박 후보가 자리를 뜨자 한 노조원은 김 위원장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부으며 "새누리당에 입당했으면 네 정치나 해라", "전태일 열사를 이용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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