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발언' 놓고 친박-비박 '충돌'

[윤미숙기자] '박근혜 사당화' 논란을 벌이던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6 발언'을 놓고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언급하자 비박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비박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17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5.16이 불가피했다고 하는 말은 헌법에 안 맞는 말"이라며 "헌법 상 대통령을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선거로 하지, 본인들이 아무리 불가피하더라도 탱크를 가지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한 것은 쿠데타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5.16 결과 등장한 박정희 대통령이 나중에 다시 민주적인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치려고 노력도 했지만 유신도 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산업혁명을 세계적으로 훌륭하게 성공시킨 공이 있지만, 5.16 자체를 그 뒤의 산업혁명 성공 때문에 잘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헌정을 총칼로 유린하고 권력을 찬탈한 행위가 쿠데타인 것"이라며 "역사를 덮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일 병합과 6.25도 그들의 후손들이 '그 때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라고도 했다.

대선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쿠데타는 쿠데타"라며 "역사의 평가가 성과가 좋다고 해서 바뀔 순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가령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여러 가지를 잘 했더라도 역사에서 이건 왕위찬탈"이라며 "쿠데타는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다. 다만 그 이후에 잘한 건 잘한 것대로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매 시대마다 요구되는 시대적인 과제가 있듯 시대적인 상황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사실상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옹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최고위원은 "5.16이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 보릿고개가 되면 쌀이 떨어져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는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고 남북 간 대치가 극심해 대통령 목을 따겠다고 무장공비가 청와대 코앞까지 쳐들어오던 시절"이라며 "냉전체제가 해소된 지금 그 시절과 똑같이 역사를 본다든지 세상을 본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주의가 다소 후퇴한 부분에 대해 불만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제 그러한 역사적인 사건은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