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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에 대한 권오현식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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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경쟁력 강화 통환 창의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박웅서기자] 삼성전자의 새 사령탑이 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취임 일성은 '소프트 경쟁력 강화'였다. 현재 글로벌 전자 산업이 격변기를 지나고 있고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다시 도약하기 위한 삼성의 해법이 '소프트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권 부회장((사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단행한 '6.7 긴급인사'를 통해 새롭게 삼성전자를 이끌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3주 일정으로 유럽 순방을 끝낸 뒤 이달 7일 국내외 경제 여건에 대해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었다. 이 회장은 특히 이를 위해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하고 최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으로 권 부회장을 낙점했었다.

'소프트 경쟁력 강화'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대한 권오현 부회장의 첫 화답인 셈이다.

권 부회장의 현실 인식은 이건희 회장의 시각과 닮아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 회장이 현재 삼성 그룹 등이 처한 국내외 환경을 '(전반적인) 위기'라고 진단했다면, 권 부회장은 '(전자산업의) 격변기'라고 표현했다. 이 회장이 글로벌 경제 전체를 봤다면, 권 부회장은 전자 산업에 불어닥치고 있는 거센 패러다임의 변화에 더 주목했다. 이처럼 그룹 전체를 보느냐, 삼성전자 내부로 한정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주된 메시지는 '변화'다.

권 부회장은 이날 사내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표한 취임사에서 "전자 산업은 소프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업계 판도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격변기를 겪고 있다"며 "전자 산업의 격변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주문했다. 애플과 구글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전자 산업 시장 판도를 크게 흔든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진정한 글로벌 톱 기업을 향한 분기점에 서 있다"며 "머뭇거리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을 통해 창조적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호소했다. 여기서 '분기점'이라 함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이며, 그 기로에서 위기요소를 줄이고 기회를 살리려면 도전과 혁신을 통해 창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소프트 경쟁력'의 핵심은 '도전과 혁신을 통한 창의성 강화'인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 체제 이전에도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를 키우기 위해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와 아이튠스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수직으로 연결시켜 시장을 혁신시켰고, 구글 또한 검색 플랫폼과 OS 등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에서 크게 깨우친 바가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런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정책에 따라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바다'가 세계 스마트폰OS 점유율에서 5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고, 스마트TV 시장에서는 구글TV 등 타사 플랫폼을 적용하기보다는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전략폰 갤럭시S3에서는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 가운데 하나인 하드웨어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 중심 사용자 환경'이라는 점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부회장이 강조한 '소프트 경쟁력'은 이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기능적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문화로서의 소프트'를 강조하는 듯하다.

이를 테면, 시장과 소비자 등 기업환경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 위에 기술이 군림하던 시대에서 기술이 인간을 위해 복무하는 시대로, 기업이 소비자를 이끄는 시대에서 늘 소비자의 요구를 살피고 수렴하는 시대로, 조직이 조직원한테 지시하는 시대에서 조직이 조직원의 창발성을 최대한 지원하는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창의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거나 "워크 스마트 문화를 통해 업무에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취임사를 통해 당부하거나 약속한 일이 이런 변화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1월 '워크스마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일종의 자율 출근제인 이 제도는 임직원이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근무 형태다.

최근엔 수원 DMC연구소와 화성 반도체연구소에서 주 5일 40시간의 근무 요건을 충족하면 주중 하루는 4시간만 일해도 되는 근무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개개인이 스스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월~목요일 9시간씩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을 일하거나, 주중 다른 날에 일이 있으면 나머지 날에 40시간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위기의 시대, 문제는 유연성이다." 이 회장이 묻고 권 부회장이 대답한 것이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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