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세계 2위의 강국 한국. 하지만 게임의 지형도는 변하고 있다.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자본을 앞세운 열강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안으로는 '중독성', '폭력성', '사행성' 등 부정적 이미지가 게임을 둘러싸고 있다. 규제의 족쇄와 따가운 시선 속에서 게임은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아이뉴스24는 게임이 즐겁고 유익하며 세상과의 소통에 긍정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환경과 아이디어들은 우리 청년 인재들의 돌파구가 되고 코리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확신이 있다.
과연 우리 게임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독자들과 함께 진단하고자 한다.(편집자주)
[특별취재팀: 강호성 팀장, 김관용 기자, 박계현 기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판타지 영화 아바타. 행성 판도라에서 에너지 자원 채굴을 둘러싼 인간과 토착민 나비(Navi) 족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를 통해 잠재의식 속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해간다.
이전에도 3D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지만, 아바타는 3D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을 끌어냈다. 이 영화는 탄탄한 줄거리, 튀어나올 듯한 생동감 넘치는 3D 그래픽이 어우러져 '3D 극장시대'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은 영화 '아바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10여년 전 세상에 나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지금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리니지 속의 '나'는 영화 아바타의 그것처럼 실존의 '나'를 대신한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2011에서 엔씨소프트는 '길드워2'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를 두고 게임 제작사인 아레나넷의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는 "'길드워2'는 게임 세상이 살아있는 게임"이라고 정의 내렸다.
실제로 '길드워2'를 본 게이머들은 첨단 기술과 영상미가 어우러진 게임 속 환상의 세계에 매료된다. 마치 실사를 보는듯한 섬세한 영상과 그래픽,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는 게이머들을 마치 아바타의 주인공처럼 게임 속으로 끌어들인다.
넥슨의 스테디셀러 '카트라이더'는 어린이들에게 통과의례와도 같은 게임의 필수코스가 됐다.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교감을 느낄만한 캐릭터들과 함께 어린이들은 달리고 뛰어 오르며 웃음짓는다. 새로운 세상과 접하는 어린이들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세상 어느 것보다 행복스런 미소로 화답한다. 게임이 게이머들을 무한 흡수하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기도 하다.
게임이 이처럼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개발사들의 막대한 투자비와 개발자들의 끈기, 젊은 두뇌들의 열정과 애정이 있다. 무수한 실패 가능성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민하고 개발한 노력 끝에 게임 역시 오늘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최근 제작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의 제작비는 500억원 안팎에 이른다. 게임 주인공들의 섬세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투입된 전문 프로그래머도 200~300명에 달하고 준비단계인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데에는 2~3년의 시간을 투입한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오락거리'에 불과했던 게임은 어느덧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를 뛰어 넘는 종합 예술로 진화했다. 화려한 그래픽에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하면서 게임은 더 이상 '무엇보다 못한' 혹은 '덜한' 문화 장르가 아니다.
게임은 사람들과 즐거운 상상을 공유하고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젊은 두뇌들이 무한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문화 채널이 됐다. 게임은 즐거움이고 문화이며 세상이다.
◆게임, 문화콘텐츠의 '팔방미인'이 되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힘들게 지스타 행사장에 오셔서 게임을 구경하고 직접 해보시고 만족하는 표정을 정책 당국자들은 직접봐야 했다. 게임은 누구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의 어느 관계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 글은 게임이 현실과 가상을 이으면서 긍정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게임으로 세상과 접속하자(connect with game)'는 지스타 2011의 슬로건이다.
시각을 좀 넓혀 둘러보면 게임은 현대인들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변화하는 여가 트렌드, STAR형 여가의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대인들의 여가활동에서 온라인게임은 집에서 즐기는 '방콕(Rest-at-Home)'형 여가의 부정할 수 없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여가문화의 변화는 IT기술의 발전과 놀이문화의 변화와 맞물린다. 보고서는 "각종 게임과 인터넷 기반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집밖을 나가지 않아도 원하는 취미, 오락 활동을 즐길 수 있어 방콕형 휴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국문화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여가백서에 따르면 '잡담 및 통화하기, 문자보내기', '인터넷서핑과 채팅' 등 집에서의 여가활동 참여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방콕형 여가활동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55%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도 여가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활동이 1순위는 게임(28.3%)으로 나타났고 TV시청(22.1%)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도에는 TV시청이 1순위를 차지했으나, 올해에는 신세대 여가활동인 게임이용에 대한 선호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가 활동 수준을 넘어 게임이 기업의 직무 교육이나 교육, 환자의 치료활동 등으로 그 활용범위가 확대되는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 전직원을 대상으로 3D MMORPG인 '팍스하나'를 통해 교육을 실시했다. '팍스하나'는 전 세계 30여개국 항구를 항해하면서 하나은행 글로벌 지점을 개설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게임이다. 직원들은 다양한 위기상황을 차세대 전산시스템에 대한 학습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익힐 수 있었다.
엔도어즈가 개발한 MMORPG '군주온라인'의 경우 게임 내 정치시스템이 서울대와 중앙대 등에 수업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빈민국 아동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세계식량계획과 협업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식량 원조와 긴급구호활동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용 PC게임을 제작했다.
NHN 한게임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계몽하는 게임인 '에코프렌즈'를 선보인 바 있다.'에코프렌즈'는 세계 최초로 유엔환경계획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 기능성게임으로,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게임, 사회의 거울이자 문화
국회입법조사처 김신애 교육과학팀 입법조사관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에 '창작'이라고 쓰지만, 게임 콘텐츠는 '개발'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게임에 대한 저평가를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지적처럼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중독성' 등 부정적 용어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이제 게임은 시, 음악, 회화적 요소가 모두 투영된 종합 창작 예술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에 얽힌 부정적인 현상에만 주목하면 본질을 보지 못한다"며 "게임을 단순한 산업 콘텐츠가 아니라 문화 텍스트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놀이 문화의 역사, 게임의 인류학적 코드, 디지털 문화 부족과 웹 공간의 세컨드 라이프 분석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부정적 요인을 부각시켜 게임과 게임산업 전체를 매도하기 보다 이면에 내재된 유쾌함과 즐거움, 교육성에 주목하며 종합예술로 승화한 게임에 대해 이제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다.
/특별취재팀 it@inews24.com 강호성 팀장, 김관용 기자, 박계현 기자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