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제조 산업 영역 넓혀야

[정수남기자]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원유·가스 및 광물 자원 등의 자주개발률이 높이지고 있으나 이와는 별도로 재제조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제조는 고장, 폐기, 교환된 물건을 회수해 신제품과 같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4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재제조는 신제품과 같거나 더 나은 상태로 제품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신제품 시장과 중고 시장과는 다른 제 3의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또 재제조 산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고 KIET는 설명했다.

실제 재제조품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신제품 대비 40∼65% 수준으로, 이는 대부분 원재료 절감에 따른 것으로 KIET는 분석했다.

또 재제조는 신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15% 정도만 필요, 세계적으로 재제조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는 400조 BTUs(British Thermal Unit, 에너지 단위로 1BTU는 1파운드의 물을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량), 원유 1천600만배럴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매년 2천800만톤의 탄소배출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 함께 재제조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창출 효과도 매출 100억달러 당 철강산업이 4만명 정도지만 소비재 산업과 비슷한 9만6천명 수준이다.

그러나 재제조 제품은 신제품에 비해 가격이 20%∼40% 저렴해 물가안정은 물론, 가계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제조 산업, 고용창출 효과 탁월…소비재 산업과 비슷

미국와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제조 산업이 활성화 돼 각각 80년, 70년의 산업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재제조 산업 규모는 연간 1천억달러 수준으로, 올 현재 7만5천개의 재제조 업체에서 5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의 경우 전체 재제조 산업규모가 지난 2009년 현재 12억파운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잉크·토너·카트리지(4억3천500만파운드), 자동차 부품(2억6천300만파운드) 등이 활성화 됐다.

이와 함께 최근 세계 경제의 블랙홀로 부상한 중국의 재제조 산업 규모는 현재 20억위안(3천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재제조 산업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국가와는 다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14개 자동차 부품 재제조 시범기업을 선정, 육성했으며, 같은해에는 '자원순환촉진법'을 재정, 재제조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작년에는 제12차 5개년계획에 재제조 산업 육성 방안을 포함 하는 등 정부주도로 재제조 산업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5년 중국 보다 먼저 '친환경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을 재정하는 등 제조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 재제조 산업은 잉크·토너·카트리지와 자동차 부품 등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현재 2천여개 업체에서 연간 2천500억원, 잉크·토너·카트리지 경우 200∼250개 업체가 연간 820억원 정도의 매출을 각각 올리고 있다.

김숙경 KIET 서비스산업연구센터 연구원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 재제조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라며 "재제조 산업이 갖는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감안할때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될 경우 선진국 제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재제조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위해 정부가 ▲투자 촉진을 위한 지원 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등 제도적 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