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부품 분야에서는 여전히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할 곳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협력할 분야에서는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의미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블로그 사이트인 디지트(Digits)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함에도 부품 분야의 협력 관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실험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지난 2일 아이패드2의 주요 특징 가운데 첫번째로 설명한 A5 칩의 제조사는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칩은 애플이 디자인하고 삼성이 제조한 것으로, 연산을 담당하는 아이패드2의 '두뇌'다.
그동안 두 회사의 경쟁 관계 때문에 애플이 A5 칩의 제조를 대만의 반도체 회사인 TSMC로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부 제기됐었다. 태블릿의 경쟁업체인 삼성이 아이패드2의 두뇌인 A5의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해 상세하게 아는 것을 애플이 꺼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에 기반한 추론들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기존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이어 이번에도 삼성을 택했다.
아이패드2의 플래시 메모리 칩도 삼성 제품이었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일본의 도시바 제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애플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이전부터 공급회사를 확대한 것과 관련이 있다.
UBM이 해체한 3대의 아이패드2 가운데 2대의 플래시 메모리는 삼성 제품이었고, 나머지 한 대의 플래시 메모리는 도시바 제품이었다.
D램의 경우 삼성 제품과 엘피다 제품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패드2의 통신 칩은 브로드컴과 퀄컴 제품이 쓰였다.
UBM테크인사이트 측은 또 아이패드2을 분해해본 결과 부품 원가가 270 달러 가량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나온 아이패드의 부품 원가 추정치 245 달러에 비해 약 25 달러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반도체 분석 업체인 린리 그룹의 설립자인 린리 그웨냅은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가 만드는 (새로 나와서) 가장 좋은 부품을 누구보다 먼저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신 부품이 애플에 공급될 정도로 삼성전자에게는 애플이 주요한 고객이라는 뜻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최근 삼성전자의 태블릿과 그 전략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을 해도 삼성으로서는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는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와 세트 상품을 담당하는 부서가 공존하는데, 세트 부서의 경우 내부에서마저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부품 부서는 애플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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