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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기업 '재능기부' 확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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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초. 7개 국가에서 선발된 11명의 'IBMer'로 팀이 꾸려졌다. 인도·일본·호주·한국·캐나다·미국·페루. 각국을 대표하는 IBM 소속 직원들은 3개월 전부터 날마다 전화회의를 하며 앞으로 한달 가량 머물 이집트의 언어·종교·관습 등 선행연구에 몰입했다.

스핑크스로 유명한 이집트의 룩소. 이 곳에서 한국IBM 김노태 차장은 각국 동료들과 함께 농업유통시스템 개선방안을 찾는데 올인했다. 앞서 연구에 참여한 팀에 이어 낙후된 농업 유통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가난과 굶주림을 해소하는데 그의 능력을 나눈 것이다.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기업들이 기왕에 가진 인적·물적 재능을 사회에 나눔으로써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는 동시에 춥고 어두운 세상을 바꾸는 온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IBM이 '좀 더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기업봉사단의 일원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세계 IBM 직원들 가운데 3년 연속 최우수 혹은 우수 등급의 평점을 받은 직원들 중 선발되는 이 봉사단은 한국IBM에서만 경쟁률이 100대1이 넘는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의 아시아에서부터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지역에 이르기까지 IBM은 IT를 기반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각종 문제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IBM 손명희 실장은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8년에 한국IBM 소속 직원이 1명, 2009년엔 2명, 2010년엔 7명으로 늘어났으며 4차인 2011년엔 한국IBM에서 총 9명이 이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며 "봉사활동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과 글로벌 리더를 육성한다는 회사의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애사심도 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농업에 종사한다는 김 차장은 특히 농업 작물의 공급과정을 분석, 유통의 개선점을 찾는 이 컨설팅 프로젝트에 관심이 컸다. 사전 연구를 했다지만 현장에서 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은 고작 한 달.

"회사 대표로 왔다는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겐 누구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날밤을 새다시피하게 됐습니다."

이전에 IBM은 기부금이나 컴퓨터 제품을 기부하곤 했다. 하지만 샘 팔미사노 회장은 '사람을 기부하자'며 기부의 방향을 바꾸었다.

양질의 '사람 기부'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하고, 회사 직원들에겐 자아실현과 애사심을 키워 리더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국가의 국책 프로젝트에서 IBM은 우호적인 대접을 받게 됐다.

"UN은 오는 2015년까지 전세계 빈곤율을 현재의 2분의 1 절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에도 UN이 마련한 귀중한 빈곤 퇴치금이 쓰일 겁니다. 봉사단 활동을 통해 제 삶의 자세가 모두 바뀌게 됐습니다."

KT의 서울동부 IT서포터즈 김영옥 팀장은 지역 IT소외계층을 대상으로 IT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KT는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에 이어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특히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로 컴퓨터 교육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 가운데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말도 안 통하는데다 시댁이나 남편이 사회생활도 꺼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영옥 팀장은 "PC 교육을 통해 멀리 떨어진 가족들과 메일도 보내고, 페이스북으로 한국 친구도 사귀는 이들을 보면서 서포터즈에 참여한데 보람을 느낀다"며 "이들이 한글워드 등 컴퓨터 활용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김 팀장은 약 8개월 동안 매달 10개 기관(단체), 한 번에 15~20명에게 컴퓨터와 관련 기능들을 가르쳤다. 그와 함께 한 다문화 여성들만 1천명에 이르는 셈이다

컴퓨터 활용법을 배워 같은 어려움에 처한 동남아 여성들의 상담역으로 활약하는 이들만 수십 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출신 로한씨 같은 이주 남성도 있다. 로한씨는 밤에는 원단에 자수 그리는 일을, 낮에는 컴퓨터를 배우며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

"마음은 있어도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회사에는 아예 1년간 급여를 제공하며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이 생겨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김 팀장은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공헌하면 개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축적해온 핵심 기술을 가까운 이웃에 나누면 주위에 더 많은 온기를 전할 수 있다.

IT서비스 기업 LG CNS는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남산원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기부했다. 남산원은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50여 명의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는 아동생활시설이다.

이 회사가 기증한 태양광 발전설비는 3KW 용량으로, 남산원은 최대 30년간 매년 100여 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LG CNS 관계자는 "올해에도 3호 시설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기부금은 1997년 9천500억원에서 2008년 5조6천700억원으로 증가했다. 법인 기부는 같은 기간 1조6천억원에서 3조3천80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그 비율은 전체의 62.7%에서 37.3%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부금 증감의 숫자가 전부를 말해주진 않겠지만, 우리사회에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여전히 너무 많다"며 "전문적인 기술이나 재능을 활용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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