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이 IT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아날로그 시대에 맞춰져 있는 경쟁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지배적 사업자가 경쟁 회피 행위를 할 경우 규제의 칼을 빼 들었지만, 디지털 융합 시대에는 규제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생태계 변화로 경쟁 자체가 회피됐기 때문이다.
당장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에 네이버 검색을 기본탑재하지 않더라도 반경쟁적 행위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아이폰 앱스토어와 구글 앱스토어간 콘텐츠 가격 경쟁이 활발하지 않아도 규제하기 힘들다.
2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미래융합연구실 손상영 연구위원은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의 플랫폼 경쟁정책'이란 연구 보고서에서 플랫폼 간 이질성 개념이 변함에 따라 경쟁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규명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소비자 스스로 앱스토어 선택…가격경쟁 회피해도 규제 어려워
먼저 그는 아이폰과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의 플랫폼 변화를 예로 들었다.
아이폰도, 안드로이드폰도 각각의 운영체계(OS)에 기반한 앱스토어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 이 플랫폼들은 과거와 달리 개발자(콘텐츠)와 소비자의 선택에 기인한다. 즉, 각각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 때 애플과 구글은 자신에게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로 부터 많은 돈을 받으려 하는데, 이를 규제하기는 힘들다.
손상영 연구위원은 "소비자들 스스로 원하는 바에 따라 각 사의 앱스토어, 즉 플랫폼에 락인(Lock in)되는데 이는 애플과 구글의 치열한 생태계 조성 경쟁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결과"라면서 "이같은 경쟁에 따른 소비자 고착효과로 설사 가격 경쟁이 회피되더라도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연구위원은 "이는 가격담합 같은 아날로그 시대 부당한 공동행위에 의한 경쟁 회피가 아니며, 디지털 융합에 따른 특이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구글 모바일 검색 독점도 규제 어려워
이처럼 디지털 융합이 서비스의 분화와 다양화를 촉진시키고 있지만, 만약 아직은 서로 다른 플랫폼(구글과 네이버)들이 서로 다른 시장(무선과 유선)에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 까.
이를테면 무선 검색에서는 구글이, 유선 검색에서는 네이버가 각각 독점사업자가 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과 같은 독점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각각의 시장에서 높은 고객 충성도의 원인이 필수 콘텐츠(검색)의 보유에 있다면? 그리고 무선시장의 경우 신고 사업자(네이버)가 진입하기 위해 기존 독점사업자(구글)에 필수 콘텐츠의 라이선싱(안드로이드폰 프리로딩)을 요청한다면?
이에 대해 논문은 만약 기존 사업자(구글)가 이 요청에 응해 두 사업자(구글과 네이버)가 조업하게 되면, 두 사업자의 플랫폼 간 이질성은 별로 없어 두 사업자(구글과 네이버)간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소비자의 후생은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존사업자(구글)가 이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반경쟁적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손상영 연구위원은 "반경쟁성의 기준은 예를들어 구글이 자신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면서 까지 네이버 검색 진출을 방해하는 전략적 배제(strategic foreclosure)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면서 "구글이 설사 네이버 검색을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탑재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김상헌 NHN사장은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도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안드로이드폰에는 지메일이나 구글 검색이 기본 탑재돼 있는 반면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엔진을 이용하려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소비자가 일일이 다운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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