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게임산업협회 이사회를 통해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가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으로 추대되며 협회장 공석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게임업계가 '격동의 세월'을 맞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행한 일이다.
협회장이라는 직함이 '감투'라면 감투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단 한 차례로 선출에 진통이 따르지 않은 적이 없다. 맡았던 이들도 행보가 평탄치 못했다. "내가 해보겠다"고 김 대표가 나선 것이 '의외'로 받아들여진 이유다.
당초 업계 맏형 격인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이 1기 협회장 직을 맡아야 했으나 당시 한빛이 주력 제품인 '탄트라' 론칭을 전후해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지라 김범수 전 NHN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1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김범수 회장에 이어 취임한 김영만 전 회장은 재임 중 '바다이야기' 파문 뒷수습하느라 무진장 고생했다. 권준모 전 회장도 '바다이야기' 이후 규제담론이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권준모 회장 후 관계 출신 인사를 영입하려다 실패, 어렵사리 추대한 김정호 전 대표는 '뚝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야전사령관' 타입의 인사였다. 그런 그도 심신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중도퇴진 했다.
6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세월동안 협회를 맡았던 4사람의 전임 회장들이 공교롭게 모두 산업 일선에서 떠나 있는 상황이다.
김기영 회장의 선출은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맡아보겠다고 자임하며 의욕을 보인 결과다.
누구나 한 번은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비롯해 메이저 및 중견 게임사 수장들이 하나같이 협회장 직 수락을 고사하는 마당에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냐. 그렇다면 내가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본인도 알고, 모든 산업 종사자들이 아는 것 처럼 협회장 직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업종의 외연이 그리 넓지 않음에도, 6년의 협회 역사상 그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단결'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MMORPG가 주력인 업체들과 넥슨을 필두로 한 캐주얼 게임사들, NHN 등 게임포털 사업자들이 저마다의 이해에 함몰돼 있었기 때문이다.
MMORPG 청소년 이용자의 PK 이용,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관련 법제화, 게임비 결제 한도 제한, 웹보드게임 사행성 논란 등 현안이 발생할 때 마다 이해당사자만 분주하게 해결을 위해 뛰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린게임 캠페인, 게임문화재단 활성화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모래알 게임업계'의 속사정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게임 과몰입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산업현장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이다.
게임물 심의 민간이양, 과몰입 해소 방안, 아이템 현금거래 제도개선 등 정부가 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중인 사안이 적지 않다. 하나같이 산업 일선에 '예민한' 사안들이다.
문제점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라면 정교하게 논리를 갖추고 당당하게 논리를 펴나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산업계의 이해를 모아 관가(官街)에 전달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절실한 시점이다.
만장일치로 추대되었지만 일부에선 김 회장이 그만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없진 않았다. 김 회장이 포부 못지 않게 추진력과 조정력을 보여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을 위해 나서야 마땅하나 그러지 않고 있는 인사들에게도 자극이 되길 기대해본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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